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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영웅 '문산호' 전사자를 아시나요(종합)
6·25전쟁 때 후방 교란 임무 도운 선원 11명 기념비 제막…"연금차별 서운해"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성공확률이 5천분의 1인 인천상륙작전을 가능케한 장사상륙작전은 한국 해군 역사에 결정적인 한 획을 그은 해전이었습니다. 이는 '문산호' 선원 11명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2일 오후 장대비가 쏟아진 부산 영도구 동삼동 순직선원위령탑에서 열린 '문산호' 전사자 기념비 제막식에서 이기식 해군작전사령관은 문산호 전사자의 공을 이렇게 평가했다.
6·25 전쟁 발발 이후 북한군에게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전세를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인 1950년 9월 14일.
북한군 이목을 경북 영덕군 장사리 해변으로 돌리고 후방을 교란하기 위한 또 다른 상륙작전(작전명 174)이 시작됐다.
부산 육군본부 연병장에서 출정식을 한 뒤 부산항 제 4부두에서 출항한 상륙함 문산호가 장사리 해변 30ｍ 전방에 도착했다.
문산호에는 학도의용군 772명과 선원 11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태풍 '케지아'로 인한 높은 파도와 짙은 안개로 해안 진입이 여의치 않았지만, 상륙명령은 예정대로 떨어졌다.
학도의용군의 돌격을 시작으로 육탄 상륙이 진행됐지만, 북한군의 총탄에 많은 이들이 쓰러졌다.
문산호에 설치된 박격포와 영국 구축함이 함포 사격을 지원하는 사이 선원과 학도의용군은 해안가 나무와 문산호를 밧줄로 연결해 본격적인 상륙작전을 개시해 12시간 만에 해변과 인근 야산 북한군 고지를 점령하는 성과를 거뒀다.
장사상륙작전은 하루 뒤인 15일 오전 6시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특히 문산호 선원들은 적 총격과 풍랑을 뚫고 배를 상륙하는데 큰 역할을 하다가 전원 전사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 이후 문산호 선원과 학도병들은 통신 두절과 식량 부족의 악조건 속에서 북한군의 반격에 고전했다.
남은 아군을 살리려고 유엔군 상륙함 조치원호가 장사리 해변에 도착했으나 북한군의 대대적인 공격에 결국 구조작전을 포기한 채 30여 명의 학도병을 남긴 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6일간의 치열한 전투에서 문산호 선원 11명과 학도병 등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하는 희생을 치렀다.
인천상륙작전에 가려진 장사상륙작전은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몇 년 전까지 제대로 조명받지도 못했다.
이날 열린 문산호 기념비 제막식에는 유족과 해군 장병·예비역 단체, 해양수산부·부산시청·영도구청·부산지방보훈청·해상노동조합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전사자의 넋을 기렸다.
가로 135cm, 세로 60cm, 높이 145cm의 기념비에는 문산호의 황재중 선장을 비롯해 권수헌, 김일수, 박시필, 부동숙, 안수용, 윤은현, 이수용, 이영룡, 이찬석, 한시택 등 선원 11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수용 선원의 아들인 이용규씨는 "지금이라도 문산호 선원의 활약이 세상에 알려져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지만, 전몰군경 유자녀로 인정받은 문산호 전사자 유족이 연금차별을 받고 있어 서운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998년 1월 이전에 문산호 전사자 부인이 숨지면 자녀에게 연금을 승계하고, 그 이후에 전사자 부인이 숨지면 그 자녀에게는 연금지급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 없이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자랐는데 이제 와서 어머니 기일에 따라 연금지급을 차별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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