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만득이' 고씨 축사 생활 실태 확인 가능할 듯
경찰 "고씨 심리적 안정 되찾는 게 우선…주변 수사 주력"
김형우 기자 = 지적 장애인이 19년간 강제노역을 당한 일명 '만득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 현장인 축사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만득이 사건 피해자 고모(47·지적 장애 2급)씨가 19년간 강제노역한 김모(68)씨의 축사에 설치된 CCTV 4대에서 최근 20일간 촬영된 영상을 확보했다고 18일 밝혔다.
지적장애인 고씨가 일했던 축사. [연합뉴스DB]
이 CCTV는 농장주인 김씨가 축사 내 주요 지점에 방범용으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확보한 영상을 분석하면 축사에서 지낸 고씨 일과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상을 통해 고씨에 대한 가혹 행위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고씨가 주로 어떤 일을 했고, 업무시간은 얼마나 됐는지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지적 장애가 있는 고씨가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이며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진술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씨의 표현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점도 난관이다.
경찰은 농장주 김씨 처벌을 위해서는 고씨의 일관된 피해 진술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고 보고 전문치료기관에 의뢰, 그가 심리적 안정을 되찾도록 돕고 있다.
고씨는 지난 14일부터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조사를 받아 왔다. 하지만 장애인 복지 전문가와 상담가가 배석했음에도 불구, 장기간 유리된 생활을 해왔고 갑작스럽게 낯선 환경에 놓이다 보니 불안증세를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일단 CCTV 영상 분석에 주력하는 한편 고씨가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마을 주민을 상대로 보강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또 고씨의 다리에 있는 수술 자국과 관련 김씨가 제대로 치료를 시키지 않았거나 방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보험 관리공단에 고씨의 병원 진료기록을 의뢰한 상태다.
지적장애인 고씨가 생활했던 장소. [연합뉴스DB]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인 고씨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수사가 늦춰지더라도 우선은 그가 안정을 되찾게 돕고, 주변 수사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고씨에게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키고, 학대 정황이 있는 김씨에게 장애인복지법 위반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 이번 주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19년 전인 1997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의 집으로 왔다.
이후 이곳 축사 창고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여 마리를 관리하는 강제노역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오후 9시께 김씨의 감시를 피해 도주한 뒤 비를 피하려고 마을 인근 한 공장 건물 처마 밑에 들어갔다가 경보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경찰과 조우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고씨는 19년간의 강제노역을 끝내고 어머니(77), 누나(51)와 극적으로 재회했다.
vodcast@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18 07:5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