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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거'·일본 '회독', 그 성격은 무엇일까
'과거, 중국의 시험지옥'·'에도의 독서회'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같은 문화권에 속한 중국과 일본에서 '독서'와 관련해 중요한 제도였던 '과거'(科擧)와 '회독'(會讀)을 분석한 교양 인문서가 잇따라 출간됐다.
일본의 동양사학자로 중국의 사회·경제 역사 연구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가 쓴 '과거, 중국의 시험지옥'은 진보적 인재 등용 제도인 과거의 변천사를 소개한 책이다.
과거는 '과목에 따른 선거'의 줄임말로, 여러 과목의 시험을 통한 관리 등용을 의미한다. 지방에 있는 귀족들의 힘을 억누르고자 수나라 문제(文帝)가 587년 시행한 뒤 1904년까지 1천300년 넘게 이어졌다. 6세기 후반에 유럽이 폐쇄적인 봉건사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는 상당히 선진적인 제도였다.
시험은 응시자 본인과 할아버지, 아버지가 천직에 종사한 적이 없다면 누구나 볼 수 있었고, 심사자는 수험자를 알 수 없어서 실력만 있다면 벼슬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완벽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폐해가 생겨났고,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은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못한 채 과거를 개최하는 횟수만 늘렸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과거 제도도 복잡했다. 청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진사가 되려면 일곱 번의 시험에서 합격해야 했다. 과거에 응시하기 전에 학교시(學校試)라는 일종의 예비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이렇게 거쳐야 하는 시험이 많아지면서 과거는 '시험지옥'으로 점차 바뀌었다. 수험자는 급제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 피를 말리고 뼈를 깎는 고행을 감수해야 했다.
저자는 "긴 역사의 흐름 위에서 바라보면 과거는 중국 사회에 크게 이바지한 시기가 있었다"면서도 "명대와 청대에는 과거로 인해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반면 일본에는 과거제가 없었다. 18세기 후반에 과거와 비슷한 제도가 운용되기는 했으나, 목적은 관리 등용이 아니라 학문 장려였다.
그 대신 일본에서는 19세기 중반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면서 회독 문화가 꽃피었다. 회독은 여러 참가자가 책을 읽으며 토론하는 결사체였다. 신간 '에도의 독서회'는 일본의 독특한 회독 문화를 조명한다.
저자인 마에다 쓰토무(前田勉)는 회독의 특징으로 사무라이뿐만 아니라 계급이 낮은 농민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고, 혼자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생각을 나눴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독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신분과 관계없이 학문으로 출세하는 것도 가능했다.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 후쿠자와 유키치는 하급무사 가문 출신이었으나 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또 유학서 외에 네덜란드어로 쓰인 의학, 과학, 역사, 지리 서적을 두루 읽었다는 점도 독특했다.
저자는 회독 문화에서 발견되는 '자유'와 '평등' 사상에 특히 주목한다. 서구에서 태동한 근대적 개념이 일본에서 자생적으로 싹텄다는 것이다.
다만 회독이 일본의 근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나, 다수가 모여 독서와 토론을 하는 문화가 일본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과거, 중국의 시험지옥 = 역사비평사. 전혜선 옮김. 272쪽. 1만4천800원.
에도의 독서회 = 소명출판. 조인희·김복순 옮김. 452쪽. 2만8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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