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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日야당대표 '개헌막자' 호소에 청중들 '침묵'
선거 유세현장서 급부형 장학금·빈곤층 지원 발언엔 박수
야당 지지자들 "생활 안 나아지지만 자민지지 여전히 강해"

(지바시<일본 지바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아베 총리가 참의원 3분의 2(개헌안 발의 정족수)를 얻으면 반드시 헌법 9조를 개정할 것이다. 이라크전쟁과 아프간전쟁을 생각해보라. 자위대가 타국 군대와 하나되어 싸우는 그런 일본이 되어도 좋은가."
일본 참의원 선거를 열흘 앞둔 30일 오후 1시 30분께 수도권인 지바(千葉)시 이나게카이간(稻毛海岸)역 앞에서 열린 제1야당 민진당의 유세 현장.
현역의원인 고니시 히로유키(小西洋之) 후보의 지원에 나선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19분여에 걸친 연설 후반부에 개헌 반대를 외치며 이처럼 '사자후'를 토했다.
하지만 그 순간 청중 수백명이 모인 현장에서 찬동의 박수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집권 자민당(개헌)과 민진당 등 주요 야당(호헌) 사이에 차이가 가장 선명한 쟁점인 개헌 문제에서 유권자들의 반응이 뜨겁지 않았던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대승하면 평화헌법의 핵심 조문인 9조의 수정을 목표로 헌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은 다른 곳에 있는 듯 했다.
또 오카다 대표가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허상'을 지적했을 때도 청중들의 박수는 터지지 않았다.
대신 오카다가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상환이 필요없는 급부형 장학금 도입, 빈곤 노인과 저소득층 아동들에 대한 지원을 언급했을 때는 곳곳에서 박수가 나왔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소비세 인상(연기하기로 6월초 결정)과 함께 하기로 한 저소득층 간병 보험료 인하 등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10조 엔, 20조 엔의 추경예산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돈이 있으면 할 일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외쳤을 때 가장 큰 박수소리가 들렸다. 박수를 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자들이었다.
결국 유권자들의 관심은 작년 국회 앞을 뜨겁게 달궜던 집단자위권법도, 아베 총리의 염원인 개헌도 아닌 듯 했다. 아베노믹스가 유도한 엔저로 대기업들이 돈을 버는 동안 나아지지 않은 서민 생활 개선, 사회복지 안정화 쪽에 표심이 자리잡고 있는 듯 보였다.
작년 집단자위권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자민당 의원의 '펀치'를 맞는 장면이 자주 뉴스에 등장한 통에 얼굴이 알려진 고니시 후보도 개헌, 안보 문제보다는 비정규직 문제와 고령자 복지 문제를 거론하는데 연설 시간의 대부분을 활용했다.
민진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시선은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 당시 유세를 취재했을 때 느껴졌던 철저한 냉담함과는 달라보였다. 오카다 대표가 연설후 주민들과 악수할때는 줄을 선 채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민진당을 지지한다는 청중들에게서도 아베 정권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다는 자신에 찬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엔저와 주가상승'에 기댔던 아베노믹스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지만 서민들의 관심인 민생과 복지 문제에서 야당이 선명한 대안을 내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듯 싶었다.
이날 유세를 지켜본 민진당 지지자 다나카(56·회사원) 씨는 "아직 아베 총리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이 약진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민진당이 (제2야당인) 공산당과 공조하는 바람에 지지층이 일부 떨어져 나갔다고 생각한다"며 '방위예산은 사람을 죽이는 예산'이라는 공산당 간부의 최근 발언을 비판했다.
또 다른 민진당 지지자 다케우치(53·회사원) 씨는 "생활이 나아지지 않고 있고, 빈부 격차는 커지고 있다"며 "자민당이 우세하다고들 하는데 선거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줄이고, 젊은 사람들이 투표장에 가도록 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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