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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장시간 상습 가정폭력'…신혼꿈 날라가고 하늘로 간 여인(종합)

    사건/사고 | 06-09 09:35

    평소 '괜찮다는 말'에 구조 손길 못 미쳐…사인은 복강내출혈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망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동거남이 손과 발로 장시간 폭행한 피해 여성이 복강내출혈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동거남이 술에 취하기만 하면 상습 가정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피해 여성이 '괜찮다'며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데다, 가족 내 벌어지는 일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떨어져 구조의 손길이 제때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숨진 동거녀 오모(45)씨의 부검결과 복강내출혈이 사인으로 드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확한 사인 분석을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복강내출혈은 장기 파열로 인해 흉부·복부에 출혈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오씨의 온몸은 심한 구타로 피멍이 들어 있었으며,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간을 손상시켜 출혈이 발생한 것이 직접 사인으로 추정된다.


    제주서부경찰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은 알코올 중독증이 심한 동거남 유모(49)씨가 술을 마시면 폭력성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범행에 둔기도 사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3일 저녁 7∼8시부터 사건당일인 4일 새벽 3시까지 유씨는 동거녀 오씨와 함께 많은 양의 술을 마셨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술을 마셨던 음식점들의 폐쇄회로(CC) TV와 주변 진술을 토대로 음식점 동선과 음주량도 조사하고 있다.

    유씨가 '자신의 과거를 들추는데 화가 나 폭행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으나 무차별적으로 폭행이 가해진 점을 들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캐내고 있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친 뒤 10일께 유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오씨의 이웃들은 "유씨가 동거녀를 자주 때려 위험한 상황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제주경찰청 112상황실에는 동거남 유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싸움이 나 소란스럽다는 주민 신고가 올해들어 무려 10건이 접수됐다.

    관할 경찰 지구대는 신고 접수 후 현장 확인을 했으나 가족간 경미한 시비로 보고 그때마다 유씨를 훈방 조치했다.

    오씨가 숨진 뒤 경찰 조사에서도 1월 26일 유씨가 오씨를 심하게 구타하는 등 가정폭력 혐의(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위반)로 적발된 것 외에 상습적으로 폭행했는 지 여부를 밝히지 못했다.

    당시 주민 신고로 유씨의 가정폭력 행위가 드러났으나 동거녀 오씨가 유씨와 조만간 결혼할 것을 전제로 동거하고 있고 원만한 가정생활을 위해 유씨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불구속 입건했다.

    동거녀 오씨의 의사에 따라 경찰은 유씨에 접근금지 명령 신청도 하지 못했다.

    유씨는 지난 달 20일 약식재판에서 가정폭력 혐의로 가정보호 전문기관의 교육 40시간 수강명령을 받았다.

    유씨에 대한 가정보호 전문기관의 교육은 이달 일정이 확정돼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1월 사건 이후 경찰도 매달 1차례씩 방문 상담하거나 수차례 전화 상담을 벌였다.

    그때마다 오씨는 "술을 마시지만 않으면 자상한 남편"이라며 조만간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숨지기 전날인 3일 진행한 경찰의 방문 상담에서도 오씨는 "시댁이 신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원룸을 구해줘 기쁘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를 3월 한 달간 도내 한 알코올 중독 치료 센터로 보내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그러나 유씨는 술을 마시면 나타나는 폭력성을 완전히 치료받지 못했다.

    부부싸움이 잦은 것을 알고 있던 이웃들도 피해 여성이 유씨와의 결혼 기대감이 높아 가정폭력이 발생해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다.

    오씨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한 폭행이 있었던 당시 제주경찰청 112상황실에는 이번 사건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유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일하며 지난해 7월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4일 새벽 4시께 제주시내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동거녀인 오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과 발로 오씨의 가슴과 복부 등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동거녀 오씨는 같은 날 오후 4시께 심한 복통 등을 호소, 유씨의 신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7시 10분께 숨졌다.

    오씨가 장시간 폭행 탓에 사경을 헤매고 있었으나 유씨가 술에 취해 오후까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오씨를 좀 더 일찍 병원으로 옮기지 못했다.

    kos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08 20:5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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