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400배 수준, 최소 수천명 사망…철제 덮개 공사 추진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기록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26일로 30주년을 맞는다.
원자로 폭발로 방출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원전 인근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한 참사였다. 지금도 수많은 피폭자가 암과·백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원전 반경 30㎞ 이내 지역은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통제구역으로 묶여 있으며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준은 지금도 정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사고 직후 응급처치로 폭발한 원자로를 덮어씌운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추가 철제 방호벽을 덧씌우기 위한 작업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콘크리트 방호벽 안에는 사고 전 원자로에 쓰였던 방사능 물질의 95%가 그대로 남아있다.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23분45초(현지시간). 당시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동북부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서 두 번의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체르노빌<우크라이나>=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체르노빌 원전 원자로 4호기. 사고 이후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덧씌워 방사성 물질 유출을 차단하고 있다. 2011.04.01
원전 직원이 전력통제 시스템을 시험하던 중 원자로가 폭발한 것이다. 원자로가 위치한 콘크리트 건물의 지붕이 날아가고 시커먼 핵 구름이 하늘로 치솟았다. 건물은 순식간에 세찬 불길에 휩싸였고 원자로와 그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참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사고 후 며칠이 지나도록 화재가 잡히지 않으면서 우라늄·플루토늄·세슘·스트론튬 등 치명적 방사성 물질 10t 이상이 대기로 방출됐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의 핵 오염 수준보다 400배나 큰 수준이었다. 유출 방사성 물질이 190t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방사능 낙진은 바람을 타고 이웃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물론 폴란드 등의 동유럽과 스웨덴·핀란드 등의 북유럽, 스위스·이탈리아 등의 서유럽은 물론 미국 동부까지 날아갔다.
원자로 폭발 후 소방대원들이 불길을 잡으려고 10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허사였다. 이어 30대 이상의 군용 헬기가 납과 모래·탄화붕소 등을 뿌렸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화재는 5월 6일까지 계속됐다.
화재 진압 후 소련 정부는 우크라이나·벨라루스·러시아 등에서 소방관과 군인·경찰·원전 기술자 등을 긴급 차출해 사고처리반을 구성한 뒤 현장으로 급파했다. 1986~87년 24만 명이 동원됐다. 1990년까지 계속된 사고 수습 동원 인원은 60만 명에 달했다.
사고 7개월 뒤 원자로 4호기 잔해와 오염물질을 콘크리트로 덮어씌우는 응급처치 작업이 완료되면서 방사능 유출은 일단 차단됐다. 하지만 원전 반경 30㎞ 이내 지역은 통제구역으로 선포돼 모든 주민이 소개됐다. 약 37만 명의 주민이 거주지를 떠나 안전지역으로 이주했다.
소련 정부의 늑장 대응은 인명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사고 직후 침묵하던 소련 정부가 참사 이틀 뒤인 28일에야 TV 방송을 통해 사고 사실을 공표했다. 자국에서 허용치 이상의 방사능을 감지한 스웨덴 정부가 해명을 요구하자 뒤늦게 밝힌 것이다. 원전 인근 주민을 처음으로 소개시킨 것도 사고 발생 36시간 뒤였다.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는 지금도 논란거리다. 200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유엔 기구와 주요 3개 피해국(우크라이나·벨라루스·러시아) 정부가 주도하는 '체르노빌 포럼'의 보고서는 폭발사고로 인한 직접적 사망자 수가 56명이며, 4천 명이 방사능 피폭에 따른 암으로 사망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체르노빌<우크라이나>=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체르노빌 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프리퍄티 마을. 사고 이튿날부터 주민들이 소개된 후 지금까지 폐허로 남아있다. 2011.04.01.
하지만 민간단체들은 피해 규모가 지나치게 축소됐다고 반박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06년 자체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 3개국에서만 20만 명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9만 3천명의 피폭자가 암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세계 62개 의료단체 모임인 '핵전쟁 방지를 위한 의사회'는 사고 처리요원 54만 명이 장애인이 됐으며, 이 중 최소 5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폭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유전적 결함은 미래 세대까지 전달될 수 있다고 의사회는 경고했다.
생태계 파괴도 심각했다. 원전 인근의 거대한 숲이 붉게 말라 죽었다. 야생동물도 죽거나 생식력 상실, 발육 중단 등의 이상 증세를 보였다.
체르노빌 원전은 사고 6개월 뒤 재가동에 들어갔다. 당시 우크라이나 공화국 정부가 에너지 부족을 이유로 남은 3개 원자로를 다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1991년 2호기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해 그 해 10월 가동이 중단됐고, 1호기와 3호기도 1996년과 2000년 각각 가동을 멈추면서 원전은 완전 폐기됐다.
원전 반경 30km 지역은 지금까지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소개 구역'으로 묶여 있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참사의 유물을 물려받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고 원자로의 방사성 물질 유출 차단과 폐기된 다른 원자로 3기의 사용 후 핵연료 관리를 위해 현지에 원전 관리 요원들을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폭발 사고가 난 원자로 4호기를 덮어씌운 콘크리트 방호벽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연합(EU)과 다른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얻어 기존 방호벽 위에 100년을 버틸 수 있는 추가 철제 방호벽을 덧씌우기 위한 작업을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철제 방호벽은 이르면 올해 11월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원자로를 덮어씌운 콘크리트 방호벽 위에 덧씌워질 철제 방호벽 [EPA=연합뉴스]
cjyo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4/25 15:2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