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프린트
• 스크랩
• 이전
• 다음

1. 
2. 

<신간> 아버지의 라듸오·틀리지 않는 법

▲ 아버지의 라듸오 = 김해수 지음. 김진주 엮음.
1959년 국산 라디오를 처음으로 만든 엔지니어 고(故) 김해수 선생(1923~2005년)의 일대기를 정리한 책.
일본 도쿄에서 유학하면서 이불 속에 숨어 몰래 라디오 제조 기술을 습득해 온 그는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대한민국 최초의 라디오와 TV를 만들며 '스타 엔지니어'로 떠오른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부품 국산화를 위해 매달린 그의 인생사는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발전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라디오에 이어 선풍기, 전화기, 텔레비전의 국내화에 성공하기까지의 일화가 마치 역사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일본 유학파 출신 스타 엔지니어의 인생은 전자산업 발전사처럼 화려할 것 같지만 해방 직후 좌우익 분쟁에 휘말려 수감돼 고문당하고, 1980년대 격동하는 민주화운동의 파고 속에 딸과 사위, 아들이 구속되는 고난을 겪는 등 오히려 우리나라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가 설계와 생산을 책임진 국산 라디오 1호 '금성 A-501'은 2013년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정부가 정한 '대한민국 광복 70년 과학기술 70선'으로도 선정됐다.
저자가 암으로 투병하던 중 딸 진주 씨가 아버지의 육필원고를 받아 정리했다. 김 선생의 외동딸인 진주 씨는 박노해 시인의 배우자다.
느린걸음. 240쪽. 1만5천원.

▲ 틀리지 않는 법 = 조던 엘렌버그 지음. 김명남 옮김.
'수학을 도대체 어디에 써먹을 것인가' 고민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살아가는데 왜 수학이 필요한지,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를 치밀하면서도 명료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책은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와 증세 중 어느 쪽이 좋을지, 어떤 주식 포트폴리오에 투자해야 할지, 더 많은 지지를 받는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문제 앞에서 수학이 '틀리지 않는 법'을 안내한다고 말한다.
엄청난 데이터를 올바로 다루지 못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데 '올바른 가정을 설정하고, 올바른 데이터 집단을 선정하고, 올바른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모든 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관점에서다.
책은 상관관계, 선형, 회귀, 기대값, 사전확률과 사후확률 같은 개념을 다루기는 하나 농구, 야구, 논문심사, 흡연과 폐암의 관계 등의 사례를 활용해 이해를 돕는다.
특히 '복권은 돈 낭비'라고 주장하는 수학자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무엇인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스티글러의 '당신이 비행기를 한번도 놓친 적이 없다면 너무 많은 시간을 공항에서 낭비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지 등에 관한 대목은 수학에 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은 여전히 수학을 멀게만 느끼는 독자들을 위해 수학은 천재의 전유물이 아닌 '노력의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기개'만 있다면 상식적인 산술에서 출발해 현대 수학의 난해한 이론까지 어느 정도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수학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조던 엘렌버그 위스콘신 주립대 수학과 교수다. 수학자로서는 특이하게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소설 작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수학이 얼마나 멋진지를 세상에 길게 길게 외치고 싶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열린책들. 616쪽. 2만5천원.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