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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도·병 치료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신간 '환자가 된 의사들'·'나는 왜 늘 아픈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가 환자가 되면 어떤 것을 느낄까.
의료시스템의 내부자인 의사가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계 현장을 들여다본 책이 잇달아 나왔다.
14일 동녘에서 펴낸 '환자가 된 의사들'(로버트 클리츠먼 지음)은 제목처럼 환자가 된 의사 70여명을 심층 인터뷰해 병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순식간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이들의 복잡한 내면을 탐구한 책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9·11 테러로 여동생을 잃고 우울증에 빠지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주객전도 상황에서 방황하던 그는 환자의 편의대로 흘러가지 않는 의료시스템을 몸소 체험하며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같은 처지에 놓인 의사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런 경험이 결코 자신에게 국한되지 않았음을 깨달은 저자는 의료계 내부인의 시선으로 불완전한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의료계 종사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알려준다.
한발 더 나아가 의과학 철학과 생의학적 의학 모형의 한계를 반추하고 현대 병원의 물리적·제도적 한계와 현대 의료제도의 허점을 환기시킨다.
저자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의 '공감'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병원의 효율성이 아닌 최적의 치료를 목표로 해야 한다며 환자와 의사의 수직적 위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의학 교육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박은영 옮김. 488쪽. 1만9천원.

부키에서 나온 '나는 왜 늘 아픈가'(크리스티안 구트 지음)는 건강 강박증 환자를 위한 유쾌한 처방전이다.
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40대를 맞이한 불안감에 각종 건강검진을 받던 중 문득 유한한 삶을 건강에 대한 집착에 쏟아붓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회의를 품게 된다. 그는 자신의 불안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하고 운동, 영양, 유전자검사, 예방 등 의학적 문제를 따져보며 건강 불안증을 조장함으로써 가장 이득을 얻는 자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그는 취재와 조사, 내적 성찰 과정을 통해 '충분히 건강하면서도 더 건강해지고자 기를 쓰며 삶을 낭비하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아울러 병원이 권장하는 조기 검진이 모든 질병을 막아주지 못하며 오히려 불필요한 불안을 조장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간단한 혈액 검사로 전립선암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전립선 특이 항원(PSA) 검사는 20년 전 비뇨기학계에서 혁명처럼 여겨졌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기대만큼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검사와 치료를 통해 1명이 목숨을 구할 때 20명은 불필요한 수술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모든 의료행위나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개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궁극적으로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주어진 시간을 즐겁게 누리라고 충고한다. 유영미 옮김. 320쪽. 1만4천800원.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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