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프린트
• 스크랩
• 이전
• 다음

1. 
2. 

<디지털스토리> 사시낭인 이제 그만…'흙수저 로스쿨'로 오세요?

(서울=연합뉴스) 서명덕 기자 = 한국방송통신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시존폐 찬반을 둘러싼 논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방통대는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마련된 방통대 로스쿨의 설립 및 운영 계획을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로스쿨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방통대 로스쿨은 입학 요건은 '학사학위를 취득한 자'로서 제한이 '법학 학점 35학점 이수자'에 불과해 다양한 계층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따라서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이나 자기소개서, 학사성적 등을 내거나 면접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무작정 입학생의 문호만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 입학 문턱을 낮춘 대신 졸업 문턱은 높였습니다. 한정된 인원만 졸업시키는 '졸업정원제'를 시행해 양질의 법조인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방통대는 현재 사법시험 합격 인원인 150명 정도가 방통대 졸업자로 배정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은 3년(90학점)으로 하되 유급제도를 둬 학생들의 수준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재학 연한 6년을 초과하거나 유습 6회를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제적처리가 됩니다. 적정한 교육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 20명의 전임 교수를 충원하고, 법원 및 법무법인 등과 협의해 실무교육도 추진합니다.


등록금의 경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다른 로스쿨들의 5분의 1 선인 200~300만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소위 기존 로스쿨에 금전적 부담을 느낀 '흙수저'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수준입니다.
방통대는 이 계획안을 토대로 법무부, 교육부 등 관계기관들과 논의해 로스쿨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당장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한데,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하여, 9월 정기국회 때 국회에 제출하게 됩니다.


방통대는 온라인·야간 로스쿨이 다양한 계층과 배경의 법조인을 배출하는 것은 물론 법조인 수급의 적정성을 확보해 사법서비스 정상화 등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시 존폐 논란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한 민감한 시기에 제기된 것인 만큼, 그 취지에는 공감하나 불명확한 것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방통대 관계자는 "아직 법무부가 정원 등에 관한 내용을 확정하지 않는 등 협의할 부분이 많아 현재 알려진 것처럼 2018년 3월부터 로스쿨이 운영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인정했습니다.


교육부 역시 부정적입니다. 방통대의 로스쿨 추진은 교육부와 협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죠. 교육부 관계자는 해명자료를 통해 "법무부 등과 협의할 사항이긴 하나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률(2015년 응시자 대비 61.1%) 등을 고려할 때 로스쿨 정원 증원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방통대가 로스쿨 정원 확보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로스쿨이 생기기 전에는 '사시 낭인'이 사회적인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로스쿨이 그 해결책으로 제시됐습니다. 그런데 4월에 발표가 예정된 '제5회 변호사 시험'에서 5수에 도전한 로스쿨 졸업생은 96명인데, 이번 시험마저 떨어지면 최초의 '변시 낭인'이 양산됩니다.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매년 1천500명대로 유지하고 있어 방통대까지 가세하면 변시 낭인은 더욱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로스쿨협의회는 야간·온라인 로스쿨 설치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공식적으로 방통대의 대학원 설치를 공언하기도 했지요. 로스쿨협의회는 특별전형 선발 확대, 등록금 인하 지속 추진, 외부인사 정책자문위원회와 함께 '야간 및 온라인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올해 집중 추진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문호 확대의 계기로 삼겠다는 겁니다.
주간 법전원의 절반 수준의 등록금을 유지하고, 사회활동 및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입학 전형을 운영하여 로스쿨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올해까지 법령개정 및 학교 선정을 마무리하고, 2018년 3월부터 학생들을 받겠다는 계획입니다.


여론은 엇갈립니다. 방통대 로스쿨 도입을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이런 방식이라면 로스쿨 등록금도 저렴하고 실력이 높은 사람만 졸업하니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좋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행시기가 불투명해 무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렸습니다.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방통대 로스쿨 안은 사시존치를 막기 위해 서둘러 발표된 것일 뿐, 사시존폐 문제가 해결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비판부터, "로스쿨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회피하려는 작전" "다양한 계층에 기회를 준다면서 법학과목 35학점 제한은 왜 있나" "방통대가 과연 로스쿨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등의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여러분은 '흙수저 로스쿨'이 생긴다면 도전하시겠습니까?
brian.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