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성지'로 변한 광장은 '꽃바다'…시리아 난민 '평화 합창'
벨기에인·외국인·기독교인·무슬림 한 목소리로 "테러 반대"
(브뤼셀=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브뤼셀 테러 이후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브뤼셀 시내 부르즈 광장.
31명의 목숨을 앗아간 브뤼셀 테러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난 27일 오후(현지시간) 광장 한 복판에서 7∼8명의 젊은이들이 갑자기 베토벤 9번 합창교향곡 4악장인 '환희의 송가'를 힘차게 불렀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브뤼셀=연합뉴스) 시리아 난민 출신 젊은이들은 광장에서 합창하고 있다.
브뤼셀 테러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꽃을 바치고 촛불을 밝혀 '추모의 성지'가 된 부르즈 광장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일순간 활기로 넘쳤다.
이들은 환희의 송가에 이어 아랍 전통 노래도 불렀다. 평화와 형제애를 담은 노래라고 했다.
이들은 독일에서 온 시리아 난민 출신 젊은이들이다. 테러로 슬픔에 빠진 브뤼셀 시민을 위로하고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전날 밤에 뮌헨에서 브뤼셀로 왔다고 했다.
1년 전 시리아에서 독일로 건너가 망명자 신분을 얻었다는 데아 알바니는 유창한 독일어로 자신이 속한 '시리아평화합창단'을 소개했다. 뮌헨 지역 시리아 난민들이 만든 이 합창단은 독일에서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열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어느 곳이든 간다고 했다. 당분간 브뤼셀에 머물면서 가능한 여러 곳에서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줄 것이라고 알바니는 말했다.
부활절인 이날 브뤼셀 시내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지만 부르즈 광장에는 1천여명이 모여 추모 열기를 이어갔다. 원래 이날 이곳에서는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테러 반대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시위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안전 우려로 취소됐다.
시위 주최 측에 따르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위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6천명이 넘는다고 했다.
(브뤼셀=연합뉴스) 브뤼셀 시내 부르즈 광장에 모인 시민들. 광장 바닥에 많은 꽃다발과 초가 놓여 있다.
시위는 취소됐지만 광장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광장 바닥의 꽃다발과 촛불은 점점 많아져 '꽃바다'를 이룬 듯 했다. 어린 소녀들이 꽃 속을 헤치며 촛불이 꺼지지 않게 정성스럽게 돌보는 모습도 보였다.
(브뤼셀=연합뉴스) 광장 바닥에 초를 정성스럽게 놓는 소녀들.
광장 한쪽에서 작은 초를 나누어주는 한 가족을 만났다. 빌럼스 씨는 어머니, 여동생, 남동생 그리고 자신의 아내까지 모두 나와 광장에 나온 시민들에게 초를 나누어주는 봉사를 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초를 나누어주고 동생들은 초에 불을 붙여주었다.
빌럼스 씨는 여기 광장에 나온 벨기에인, 외국인, 기독교인, 무슬림은 모두 한마음으로 슬픔을 나누고 테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브뤼셀=연합뉴스) 무슬림 단체 회원들이 브뤼셀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광장 계단에는 아랍 국가들의 깃발도 걸려 있다. 무슬림 단체들은 테러 희생자에 애도를 표하고 테러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이날 광장 주변에는 시위 진압 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를 폈다.
이날 오후 훌리건 수백명이 광장으로 난입해 한 때 혼란이 빚어졌다.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 이들을 해산하고 광장 출입을 봉쇄했다.
songb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3/28 02: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