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베트남전 상흔 치유 나선다…"불발탄 7천500만발 제거"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베트남전 때 미국이 라오스에 새긴 잔혹한 전쟁의 잔재인 불발 집속탄을 오바마 행정부가 획기적으로 제거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가을로 예정된 라오스 방문 때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라오스의 불발 집속탄 문제를 일거에 완전히 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로즈 부보좌관은 "집속탄 제거는 역사적 채무를 청산하고 미국의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집속탄은 투하되면 용기가 공중에서 파괴되면서 수백 개의 새끼 폭탄이 흩뿌려 불특정 다수를 살상하는 가공할 무기다. 문제는 집속탄 일부가 불발해 전쟁과 관계없는 후세대의 민간인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간단체인 '전쟁의 유산'(Legacies of War)에 따르면 미군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200만t에 달하는 폭탄을 라오스에 투하했다. 베트남전이 진행되던 그 시기에 미군은 라오스를 베트콩의 주요 군사물자 수송로로 간주하고 '비밀전쟁'(Secret War)이라는 이름이 붙은 무차별 공습을 가했다. 그 과정에서 투하된 폭탄 중 30%가 터지지 않았고 전쟁이 끝나고서 그 불발탄을 건드렸다가 숨진 이들이 2만여명에 달했다. 장애인이 된 이들도 그만큼 많았다. 지난 2012년 5월에도 9~10세 어린이 3명이 대나무를 캐다가 불발탄을 터뜨려 1명이 죽고 1명은 척수마비 장애인이 됐다. 이 폭탄은 라오스의 숲, 논, 마을 등 곳곳에 아직도 산재한 7천500만발에 달하는 불발 집속탄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미국 외교정책의 뼈아픈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점이 함께 맞아떨어져 대통령의 불발탄 제거 계획이 나왔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라오스에서 불발탄 제거작업을 벌여왔으나 비용이 1년에 420만 달러(약 5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베트남전 때 9년간 미군이 라오스를 폭격하는 데 매일 퍼부은 돈은 무려 200만 달러(현재가치 1천900만 달러·약 227억원)에 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획기적인 불발탄 제거작업을 발표하면 미군은 과거 폭탄투하 기록을 토대로 불발탄 수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다음달 열릴 미국과 아세안(ASEAN) 10개국 회담의 의제를 미리 조율하기 위해 25일 라오스를 방문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며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세안 국가들과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공산주의 일당 독재체제인 라오스는 줄곧 미국에 적대적이었으나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뒤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케리 장관은 1955년 존 포스터 덜레스, 2012년 힐러리 클린턴에 이어 세 번째로 라오스를 방문하는 미국 국무장관으로 기록됐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