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양대지침 때 통상임금처럼 '소송대란' 불가피
법적 구속력 없어 분쟁 소지…노동관계법·판례가 우선
위헌 소송 가능성은 사안마다 달라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한국노총이 정부 노동개혁안에 반발해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하고 소송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통상임금 사태처럼 법적 분쟁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송을 통해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이른바 '양대지침'의 법적 정당성이 직접적으로 판가름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당사자에게 직접 효력이 미치지 않는 한 행정지침 자체는 민사·행정소송이나 각종 신청의 대상이 아니다.
지침이 시행돼 개별 사업장에서 일반해고나 취업규칙 변경이 이뤄져야 당사자가 '지침'이 아닌 사용자의 '처분'을 대상으로 행정 또는 민사소송이나 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양대 지침'이 실제로 적용되고 난 뒤 개별 사안을 놓고 사용자를 상대로 한 해고자와 노동조합 차원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노총은 이미 현장 법률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지침에 따라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며 사업주를 상대로 삭감된 임금을 청구하거나 해고자가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실제 소송에서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기초로 해고나 취업규칙 변경이 정당한지 개별적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일단 양대 지침 내용이 법원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침'은 고용노동부 내부의 업무처리 기준에 불과해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예규·지침 등의 법적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행법이나 판례와 충돌하는 정부 지침은 소송으로 무력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임금 소송이 대표적이다.
고용부 예규에 해당하는 '통상임금 산정지침'은 1988년 제정 이후 일선 사업장에 통용돼왔다. 그러다가 2012년 9월 개정 지침이 정기상여금과 고정적 복리후생금 등을 판례와 달리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면서 근로자와 사용자 간 송사가 벌어졌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를 열어 통상임금 산정 기준이 되는 판례를 남겼다. 그러나 소급청구 요건 등을 놓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양대지침도 현장에서 소송이 계속 제기되면 통상임금처럼 대법원에서 '기준'을 제시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한편 지침 자체의 적법성을 따져볼 수 있는지는 견해가 엇갈린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침은 근로감독관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통상임금처럼 지침에 의해 구체적인 불이익이 발생해야 소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위헌 소송을 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 헌법소원이라면 행정지침이 심판대상에 해당하는지, 누구의 어떤 기본권을 침해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행정지침이 헌법소원 대상인지는 사안마다 헌재의 판단이 다르다.
헌재는 2011년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과 이에 따른 단체협약 개선 요구에 대해 "행정기관 내부 지침이고 단체교섭에 직접 개입하거나 강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공권력의 직접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반면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에게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의 주요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고용부 예규에는 위헌 결정을 내린 적도 있다.
'행정지침이라도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앞으로 법령의 뒷받침에 의해 그대로 실시될 것이 틀림없을 것으로 예상될 때' 예외적으로 헌법심판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헌법소원이 성사되면 노동계는 양대 지침이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규정을 위반했고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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