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프린트
• 스크랩
• 이전
• 다음

1. 
2. 

<신년 인터뷰>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
"차세대에게 위안부의 역사 알릴 '수요학교' 문 열겠다"
"SNS 통한 일본 우익의 협박 갈수록 기승…개의치 않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도 잘 전달하기 위해 '수요학교'를 만들려고 합니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42)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새해 첫 사업으로 '수요학교' 설립을 내걸었다.
그는 11일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 6일 열린 1천212회 '수요집회'가 일본군 위안부 사실을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면 앞으로 문을 열 '수요학교'는 교육을 통해 올바른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알리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학교의 모델은 서 교수가 교장으로 활동하는 '독도학교'.
그는 2013년 3·1절을 맞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 독도학교를 개설하고 독도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시작했다. 2014년 10월에는 미국 뉴욕,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상하이(上海)에 해외 분교도 문을 열었다.
"수요일 저녁 남녀노소 누구나 일본군 위안부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모두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8주 코스로 커리큘럼을 짜고 있고요. 강연을 비롯해 토크 콘서트, 나눔의 집 역사관 방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생각이죠. 현재 서울 광화문 근처에 강의실을 물색하고 있고, 학교 운영비는 모금으로 충당할 예정입니다."
독도학교와 함께 또 하나의 '역사 교육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우리가 일본의 역사 왜곡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더 잘 아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역사를 잊지 않고 후세에도 잘 알리고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개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요학교에서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은 어떻게 생겼고, 그 의미는 무엇이며, 지방 도시와 해외에는 몇 군데 세워졌는지 등도 자세히 알려줄 계획이다.
"소녀상 이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저는 그 자리에 계속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대인들이 전 세계 각 도시에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세워 유대인 학살을 지속적으로 추모하는 것처럼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상징물이기에 그렇습니다. 또 이를 세계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 나가는 것이 마땅하고요.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같은 세계적인 관광 책자나 세계적인 출판사 및 관광 사이트에 소녀상을 알리겠다는 계획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서 교수는 새해 들어 일본 나가사키(長崎)시가 '다카시마(高島) 공양탑' 가는 길을 폐쇄했다는 소식을 전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공양탑 가는 길을 막은 것은 밑에 묻힌 유골들의 주인공이 '조선인'이라는 것을 일본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며, 스스로 떳떳하지 못해 더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행한 일로 이는 '역사 왜곡'의 전형임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조만간 역사적인 정확한 자료를 갖고 나가사키시를 방문해 길을 열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이 요구를 거부하면 '다카시마 탄광'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강제징용 사실을 알리겠다"고 유네스코 각국 위원들에게 공언한 일본 정부의 약속이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을 낱낱이 전 세계에 알려 나갈 작정이다.
전화와 문자가 쇄도해 중간 중간 인터뷰가 끊겼지만 서 교수는 여러 질문에 특유의 웃음을 섞어가며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연예인들과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일부에서는 연예인인 줄 안다.
▲ 가수 싸이, 배우 이영애·김윤진·송혜교, MBC TV '무한도전'팀 등 그야말로 한류 스타들과 함께 일을 많이 했다. 이들이 워낙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한국 홍보 활동에 큰 힘이 됐다. 이들 한류 스타의 공통점은 '진정성'이다. 한국을 대표해서 그런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도 남달랐다. 이들의 명성과 재능을 빌릴 뿐 나는 연예인이 아니다.
-- '한국 홍보 전문가'라는 수식어는 맘에 드나.
▲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된다. 내가 스스로 붙인 수식어가 아니라 한 언론사에서 나를 설명하는 애칭으로 한 번 사용했던 것이 지금까지 많은 분에게 각인된 것 같다. 이 수식어에 걸맞게 더 열심히 한국을 홍보하도록 노력하겠다.
-- 스스로 만족할 만큼 '한국 홍보'가 이뤄졌다고 보는가.
▲ 처음 시작한 20년 전보다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한국의 문화가 예전보다 널리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인들이 우리의 문화를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 일본인들로부터 아직도 협박 편지나 이메일이 오는가.
▲ 예전에는 집이나 학교 연구실로 협박 편지가 많이 왔다. 특히 일본 우익들의 협박 이메일도 자주 왔다. 요즘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으로 협박성 메시지가 많이 들어 온다. 특히 이번에 다카시마 공양탑 가는 길을 폐쇄했다고 폭로하자 SNS상으로 더 심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 지난해 신년 인터뷰 때 독도의 동도에서 티샷해 서도로 골프공을 날려 보내는 이벤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여건상 실행하지는 못했다. 잠정 연기한 것뿐이고, 언젠가는 세계적인 골퍼들을 초청해 이벤트를 성사시키겠다.
-- 일부에서는 동해 표기나 독도 영유권에 관해 뉴욕타임스 등에 광고를 내는 것을 두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 시끄럽게 만들자고 세계적인 유력지에 광고를 내는 것이 아니다.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이기에 정치외교적인 홍보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문화관광적인 콘셉트로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 낫다. 대한민국 관광 광고(예를 들어 섬 관광 광고)와 콘셉트를 같이한다면 자연스러운 독도 홍보가 될 것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독도에서 가수 김장훈 씨와 최초의 '콘서트'도 진행했다. '수영'이라는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독도까지 간 것 역시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홍보가 독도에 가장 잘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페이스북 팔로어는 얼마나 되나.
▲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합쳐 10만여 명 정도다. 요즘은 많은 팔로어가 내 글을 '공유'와 '좋아요'로 퍼뜨리고 있다. 국내외로 정말 많은 SNS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직접 홍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 한동안 가수 김장훈과 호흡을 맞추며 많은 일을 했는데.
▲ 함께 일은 하지 않아도 자주 통화하고 만난다. 지난해 10월 '독도의 날'을 맞아 안용복 동영상을 만들었다. 올해에도 '독도 캠페인'을 함께 펼쳐 나갈 계획이다.
-- 지금까지 혼자서 기획하고, 현장 방문하고, 홍보하고 했다. 재단이나 사단법인 등을 만들어 활동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 곧 재단을 만들 생각이다. 한국을 홍보하는 재단이 될 것이다.
--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신선하다는 말들을 한다. 주로 어디에서 힌트를 얻는가.
▲ 현장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다. 세계적인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을 많이 찾다 보니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번 만들어 보고자 했던 것이고, 뉴욕을 자주 다니다 보니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위력을 직접 체험해 그곳의 전광판에 광고를 게재한 것이다. 또 국내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신문을 자주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늘 점검하는 편이다.
-- '역사 홍보'를 강조했는데 올해 계획은.
▲ 한류 스타들과 함께 K-팝, 한식, 한글 및 한국어 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왔다. 요즘은 TV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등 더 다양한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K-뷰티, K-패션 등이 관심거리로 뜨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복'을 알릴 계획이다. 일본 하면 기모노, 중국 하면 치파오처럼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의상들은 국가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한복'이라는 단어 자체도 모르는 외국인이 많은 형편이다. 한류 스타들과 함께 재미있고 재치 있는 '한복 시리즈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홍보해 나갈 예정이다.

gh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