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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시험부정에 고관 등 2800명 체포…40여명 의문사
대리시험부터 컴퓨터 답안지 조작까지…주 총리 연루여부 놓고 논란
英신문 "인도 사회의 총체적 사기극…제도는 껍데기만 남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최소 5년간 '사소한' 대리시험으로 시작했다가 마침내 컴퓨터 답안 조작에까지 이른 시험 부정. 2013년 본격 시작된 경찰의 수사 결과 최고위층 정치인과 관리, 의사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2천800명이 체포됐다.
여기까지는 인도 사회에 만연한 부패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형 시험부정 사건이지만, 수사가 확대되면서 부정합격한 사람은 물론, 부정시험 알선자, 내부폭로자, 증인, 취재 기자 등 40여명이 잇따라 석연치 않게 죽음을 맞는 의문사 행렬을 이룸으로써 이 사건은 거대한 미스터리극 양상도 띠고 있다.


인도 내륙 인구 7천500만명의 마디아프라데시주 시험부정 사건이 초대형 규모와 의문의 주검들 뒤에 있을 법한 거대한 음모 등의 요소로 인해 인도 사회를 흔들고 있다고 인도 언론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이 최근 연일 전하고 있다.
시험부정은 마디아프라데시주의 전문직시험관리위원회(MPPEB)가 관리하는 27개 종류의 시험가운데 교육, 경찰, 산림, 농무, 식품보건, 운수, 역무 등 공무원과 주립 의대 등 13개 채용·입학 시험에 걸쳐 일어났다.
변변한 일자리가 태부족인 인도에선 안정된 고용과 국가연금 혜택 때문에 2013년 순경 7천300명을 채용하는 시험에 45만명이 응시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A4 용지로 무려 16페이지에 이르는 장문의 현지 르포를 통해 지난 17일 이 시험부정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전한 가디언은 이 사건이 "부실한 학교, 변변한 일자리 부족, 부패한 정부, 자식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틈만 있으면 제도를 속이려는 냉소주의에 빠진 중산층, 타락·무능한 경찰과 사법부"가 만들어낸 "인도 사회의 총체적 사기극"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는 마디아프라데시주에 국한하지 않고 "사실상 인도 전역의 모든 제도가 한 가운데가 뻥뚫려 있는 껍데기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도 가디언은 덧붙였다.

◇ 대리시험부터 컴퓨터 답안지 조작까지
거대 시험부정의 일단이 드러난 것은 2013년 마디아프라데시주 최대도시 인도레의 한 호텔을 경찰이 급습, 5만루피(한화 약 90만원)를 받고 의대 입학 대리시험을 쳐주려던 의대생 등 20명을 체포하면서부터.
이들의 배후에는 건당 20만루피(한화 355만원)를 받고 공부는 잘하지만 돈이 없는 대리시험자와 대리시험을 통해서라도 의대에 진학하려는 측을 이어주는 자그디시 사가르라는 타락한 의사가 있었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이 수법으로 부를 축적해온 사가르는 2009년 비야팜 제도분석 책임자인 니틴 모힌드라와 공모, 이른바 '엔진-보기차' 수법으로 더 대담하게 일을 벌였다.
돈을 많이 낸 수험생을 대신해 시험을 치르는 의대생 대리수험자 1명과 그만한 돈을 낼 수 없는 수험생 수명의 수험번호를 조작해 대리시험자(엔진) 바로 주변에 대리시험자의 답안을 베낄 수험생들(보기)을 앉히도록 한 것이다. 모힌드라는 이들을 시험감독관의 사각지대인 시험장 뒷편으로 몰아주기도 했다.
시험부정 수법은 2011년엔 한층 발전했다. 시험보안 책임자로부터 주 정부 장관들을 비롯한 고위관리들의 자식이나 친인척, 친구들을 합격시켜달라는 압력을 전해받은 모힌드라는 아예 답안지 조작에 나섰다.
수험생에게 아는 문제만 답을 쓰고 모르는 문제는 공란으로 두도록 하곤 비야팜의 모든 컴퓨터를 모힌드라 자신 사무실의 컴퓨터에 연결시켜 종이 답안지를 스캔한 컴퓨터에서 정답을 채워넣었다. 이어 종이 답안 원본도 손에 넣어 공란을 채워넣음으로써 컴퓨터에 저장된 답안지와 원본 답안지가 일치하도록 만들었다.
마디아프라데시주의 초우한 총리의 비서관의 딸이 지침을 어기고 오답을 많이 써넣었다가 비야팜 직원들이 종이 답안지의 오답을 수정액으로 지우고 정답을 써넣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시험부정 관련자들의 잇따른 의문사
2012년 1월7일 한 지방 철로에서 대리시험으로 의대에 합격했으나 돈을 다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한 여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검시관은 타살이라고 보고했으나, 경찰은 시신을 보지도 않은 자체 검시관의 `자살' 보고를 근거로 가족의 수사요구를 일축했다.
3년후인 지난 7월 이 사건을 취재하던 한 TV방송 기자가 죽은 여대생 아버지를 인터뷰하러 갔다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져 죽었다. 이를 계기로 인도 언론들이 그동안의 의문사를 재조명하며 비야팜 시험부정 사건이 인도의 전국적인 핫 이슈로 떠올랐다.
대리시험 알선자 역할을 했던 의대생 3명이 승용차를 타고 있다가 트럭에 깔려 숨졌고, 자신이 부정입학한 후 알선자 역할도 했던 의사가 집 천장 선풍기에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알선 혐의로 체포됐던 한 공중 수의사가 교도소에서 심장마비로 숨졌고, 부정입학 사건을 조사하던 한 의대 학장이 집 마당에서 불타 숨진 채 발견됐고, 그의 절친한 친구인 후임 학장도 1년 후 델리의 한 호텔에서 위스키와 항우울제를 곁에 둔 채 숨졌다.
중앙정부 대통령이 임명하는 마디아프라데시주 주지사의 50세 아들이 집에서 뇌출혈로 숨졌는데 주지사와 아들 둘 다 시험부정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다.
이들의 죽음 각각에 대해선 공통적으로 죽음의 정황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배후음모 논란…야당측 "고위직 다수 체포는 총리 보호용 꼬리자르기"
이 때문에 시험부정의 몸통이 의문사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광범위하게 퍼졌으나, 주 당국은 야당 등이 시험부정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죽음만 모아서 배후의혹이 있는 것처럼 꿰맞추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취재기자의 의문사로 배후 의혹을 제기하는 여론이 들끓자 초우한 주 총리는 인도의 중앙수사국(CBI)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영국의 가디언은 CBI가 명목상으로만 독립적이라며 중앙정부의 정치적 압력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인도의 대법원으로부터도 "새장 속의 앵무새"라는 비판을 받은 CBI가 시험부정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지금까지 체포된 2800명 가운데 마디아프라데시주의 전 기술교육 장관에 대해 18일 보석 결정이 내려졌다고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전했다. 2년전 체포 당시 그는 문화고등교육장관이었다.
이외에 다른 한 장관은 경찰의 수사를 피해 아예 잠적하기도 했으며, 각료들의 최고위 보좌관 수명도 체포됐다. "흡사 주정부 내각 전화번호부 같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주 정부는 이를 근거로 경찰이 엄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야당측은 초우 총리를 보호하기 위한 꼬리자르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찰이 모힌드라의 컴퓨터에서 중앙정부의 수자원장관을 맡고 있는 우마 바라티 전 마디아프라데시주 총리를 포함해 부정입학을 청탁한 정치거물들과 학생 등 수백명의 명단을 발견함으로써 수사가 급진전하는 듯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인도 제1야당인 국민회의당이 경찰이 초우한 주 총리를 보호하기 위해 초우한 총리의 이름을 지우고 정적인 바라티 전 총리를 집어넣는 등 "최소 48 군데"를 손봤다고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사건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프라샨트 판데이라는 컴퓨터보안 전문가가 지난 2013년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컴퓨터에 남게 된 모힌드라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의 거울이미지로부터 명단 사본을 확보, 경찰이 발표한 명단과 비교한 결과 다른 것을 발견하고 야당에 제보한 것이다.
그러나 마디아프라데시주 경찰은 주정부의 컴퓨터감식 기관에 의뢰해 받은 경찰의 명단이 진본이라는 결과를 근거로 판데이와 야당측이 명단을 조작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판데이측은 유명한 사설 감식기관에 의뢰, 자신의 명단이 진본임을 증명하는 감식서를 갖고 맞섬으로써 대법원이 그 진위를 가리게 됐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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