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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헌재 '극우 민족민주당 해산심판 절차 개시' 논란 확산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헌법재판소가 7일(현지시간) 연방상원(분데스라트)이 청구한 민족민주당(NPD) 해산심판 절차를 개시한다고 선언하자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내년 3월 헌재가 심리를 시작한다는 것은 NPD가 자유민주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정당이라는 분데스라트의 청구 취지가 충분히 인정된 것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정당해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른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논란은 증거 불충분이나 근거 부족으로 청구가 각하되지 않은 것과 더불어, 이후 가능성이 있는 정당해산의 찬반 견해로 불붙었다.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8일 사설에서 기본법(헌법) 기준으로 보면 NPD는 금지될 수 있는 정당이지만 아직 그렇지 않다면서 "헌재 재판관들은 외국인혐오와 선동행위들로부터 NPD의 거름 위에서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를 명료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Z는 NPD가 선동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기본법이 보장한 정당자유를 남용하며 인간존엄성을 해치는지도 선명히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이고는 "극단정당의 불명료한 혐오는 정당해산 사유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기본법 21조 2항은 '목적이나 추종자의 행태에 있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 또는 제거하려 하거나,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려는 정당은 위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슈피겔온라인은 헌재 심판의 개시 시점에 주목하며 NPD가 내년 3월13일로 예정된 작안안할트주의회 선거때 의회에 입성하는 데 이어 9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회 선거에서도 의석배분 기준인 5% 허들을 넘어서려 했다고 전했다.
2013년 총선때 1.2% 득표에 그친 NPD는 브란덴부르크주의회를 제외하고는 연방과 여타 주의회 어느 곳에도 의석을 갖지 못한 정당으로서 이 같은 계획은 목표로서의 의미를 지닐 뿐이다.
슈피겔온라인은 NPD 당원이 5천400명이라고 전하면서 "만약 정당해산이 안 되면 NPD로서는 경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역으로 해산된다면 극우에 대한 무관용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헌재 재판관 8명 가운데 6명의 찬성이 필요한 결정이라고 확인하고 "그러나 8명 가운데 1명이 내년 4월 30일 퇴임하는데, 그러면 7명이라도 재판을 계속해야 하고 그 경우 2명만 반대해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바이에른주 지역 보수당인 기독사회당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가 연방하원(분데스탁)도 심판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노르베르트 람메르트 하원의장이 불필요한 일이고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FAZ는 3년 전 람메르트 의장이 인터뷰에서 NPD에 대해 그냥 두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고도 소개했다.
난민 급증에 맞물린 반 이민 극우 정서 강화를 우려하는 제호퍼 당수는 헌재의 심리 개시 결정이 나온 직후 분데스탁뿐 아니라 연방정부도 재판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분데스탁과 연방정부는 현재 분데스라트의 청구 주도에 간접적으로 힘을 보태고는 있지만, 직접적인 참여를 하지는 않고 있다.
FAZ는 이와 함께 정당금지가 급진적 사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극우) 폭력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표현의 자유는 보호해야 한다는 한 전문가 견해를 옮겼다.
이 전문가는 정당금지가 반 유로, 반 이민 신생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의 인기만 보태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독일 헌재는 2003년 사회민주당 연정 때 청구된 NPD 해산 심판 절차를 종결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NPD 지도부에 연방정부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의 정보원들이 들어간 사실이 드러나자 중대한 결격 사유로 보고 이같이 판단했다.
독일에서는 옛 서독 콘라트 아데나워 정권 때에만 두 차례 정당 해산 사례가 있었다. 1952년 나치 추종 세력이던 사회주의제국당(SRP)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해산됐고, 1956년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수립을 내세운 독일공산당(KPD)이 퇴출됐다.
정당국가라고도 불리는 독일의 주류사회에선 당시 잇단 정당해산은 1949년 기본법 제정 이후 나치 경계와 반공이 뒤섞인 혼돈의 정국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당해산 여부에 관한 신중론이 자리잡았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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