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권영석 논설위원 = 제1차 남북 당국회담이 오는 11일 개성에서 열린다. 당국회담의 의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그러나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그토록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내년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경제적인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북한은 경제성장의 핵심 추동력을 관광산업으로 설정하고 그동안 관광 인프라 개발에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경제적인 요인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고향 사랑이라는 요인도 작용하고 있지 않을까.
북한은 아직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고향은 강원도 원산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는 1984년 1월8일 원산 인근에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별장 '602호 초대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제1위원장과 그의 생모인 고영희가 원산에 머물러야 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김일성 주석이 고영희와 김정은을 며느리나 손자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양에 머물 수 없었다고 한다. 고영희는 지난 1962년 재일조선인 북송사업 때 가족과 함께 처음 삶의 터전을 잡은 곳이 원산이었다. 따라서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고영희로서는 원산이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되기 전까지 2년간 원산에서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3대 세습을 앞둔 치열한 권력투쟁의 와중에 원산 '602호 초대소'에 머물면서 어머니를 추억하고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생모 고영희는 2004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암 치료 중 숨졌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향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향 챙기기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그는 원산에 현지지도를 갈 때마다 강원도 사람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강원도 출신 간부들이 잇따라 요직에 기용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원산의 발전상은 눈이 부실 정도다. 북한은 원산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육성하고 있다. 동양 최대의 스키장인 마식령스키장은 2013년 12월31일 문을 열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또 지난 7월 원산 갈마비행장을 최첨단 국제공항으로 탈바꿈시켰다. 국제공항인 갈마비행장 신청사는 우리의 인천국제공항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초현대식 건물로 지어졌다. 갈마비행장 한편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 전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전용 활주로도 새로 만들었다. 북한은 또 오는 2025년까지 9조 원이 넘는 자본을 투자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호텔과 골프장, 스키장, 승마장, 카지노 등을 갖춘 종합 휴양지로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남북 당국회담에서 북측이 제안할 의제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라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향이 퍼뜩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가 중점적으로 제기할 의제인 이산가족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북한도 우리와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월24일 이산가족 상시 접촉과 편지 교환 등의 문제들을 남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쟁점이 예상되는 것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다. 금강산관광이 다시 열린다는 것은 곧 5·24 제재조치가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것은 2008년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북측의 진상 규명, 재발방지 보장, 신변안전 등 3대 조치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유연한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해왔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신변안전 문제"라면서 "만나서 논의한다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또 "5·24 제재와 금강산관광 재개는 별도의 문제"라고도 했다. 북한도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향인 원산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성사시키기 위해 신축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남북 당국회담에서 남한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만 마련할 수 있다면 금강산관광 재개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이번 당국회담에서 아예 원산-금강산-속초-설악산을 잇는 관광벨트 개발사업을 제안하는 것은 어떨까. 대다수 북한 전문가는 이번 남북 당국회담의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런 비관적 전망이 빗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