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2013년 12월 9일에 공개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체포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정일 시대 대비 간부 처형 10배…"김정은 집권후 탈북 간부 수십명"
숙청·처형으로 권력층 불안감…"충격요법 반복되면 체제불안 요인"
<※편집자 주 = 북한의 2인자로 군림하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처형된 지 거의 2년이 되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 인물로 꼽히던 장성택의 처형은 '김정은 유일체제'의 공고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을 전후로 한 공포통치로 북한 권력층 내부에 동요가 일면서 김 제1위원장의 지도력을 의문시하는 흐름도 형성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체제의 변화와 향후 전망, 북중 관계 등을 진단하는 기획기사 세 꼭지를 일괄 송고합니다.>
(서울) 김호준 임은진 이상현 기자 = 2013년 12월 13일 국제사회는 한 건의 북한발(發) 뉴스에 경악했다.
전날인 12일 장성택이 전격적으로 사형에 처해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이 공개한 처형 직전 장성택의 사진을 보면 왼쪽 눈두덩이 부어올라 멍이 들었고 입과 손 등에도 구타의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장성택의 사형 집행은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숙청이 결정된 지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포통치를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 제1위원장이 고모부이자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의 사망 이후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무엇보다 '김정은 유일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앞서 김 제1위원장은 2012년 7월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할 목적으로 군부 실세였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숙청했다.
장성택 처형 이후로도 올해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하고, 지난달 초에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함경도 소재 협동농장으로 혁명화 교육을 보내는 등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4년 동안 처형된 북한 간부는 무려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파악하고 있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 초기 4년간 10여명을 처형한 것에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김 제1위원장은 핵심 간부들에 대한 잇단 처형과 숙청으로 조기에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은 단기적으로 충격 요법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체제를 최대한 빨리 구축하려고 했다"며 "외부의 비난을 받더라도 내부적으로 체제 도전의 싹을 잘라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처형과 숙청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신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간부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져야 하는 고위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른바 '장성택 효과'로 고위직을 맡지 않으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례로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한 핵심 인사가 지병을 이유로 사표를 냈지만 반려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처형되거나 숙청되느니 차라리 그만두겠다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북한 고위급은 사표를 내도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처형이나 숙청의 공포감에 탈북을 선택하는 북한 간부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과거 탈북 간부는 외화벌이 일꾼이거나 북한 정권에서 소외받은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보위부나 정찰총국 등 권력 핵심부에 있던 인사도 이탈하고 있다"며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탈북 간부는 수십 명에 달하며,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달 26일 '김정은 정권 4년 평가 : 북한정치의 변화'라는 자료를 통해 김정은과 북한 권력층 사이에 '운명공동체' 의식이 약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은 "북한 내부적으로 골다공증 내지는 피로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 권력 핵심층의 마음이 고장 나 있다. 충성을 했는데도 죽여버리니 누가 충성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유 원장은 "북한 간부들은 (장성택 처형의 주요 사유로 꼽혔던)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만 따르고 속으로는 따르지 않음)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공포통치로 인해) 김정은에 대해서 누구도 아픈 얘기를 못 하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이 단기간에 심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숙청과 처형으로 권력층이 불안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김정은이 조직지도부나 공안 기관을 중심으로 핵심적 권력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측면도 있다"며 "배제되는 세력의 존재로 권력 갈등의 불씨는 안고 있지만, 권력층이 흩어지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용현 교수도 "김정은 체제는 최소 20~30년을 지향하는 만큼 숙청과 처형으로 당장 김정은과 북한 권력층 사이에 운명공동체 의식이 약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한) 공포정치는 단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포정치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은 김정은 통치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용석 연구위원은 "(처형과 숙청이) 김정은에게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며 "장기적으로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정치체제가 따라가기 위한 유연성이 소멸함으로써 체제가 오히려 취약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충격요법이 반복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체제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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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