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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조건 일방적 변경…' 본사 횡포에 대리점들 신음
스크린골프도 협의 없는 근거리 신규점포 출점으로 고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A사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한 대리점주 B씨는 이후 여러 회사의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대리점을 어렵게 개업했고, 인근 대리점으로부터 물건을 공급받아 영업해왔다.
그러나 A사 직원이 대리점주 회합장소에서 B씨에게 물건을 공급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사업 활동을 방해했다.
이처럼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각종 협박이 여전히 횡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올해 7월부터 9월말까지 33개 제조사(대리점 본사) 1천864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먼저 대리점 창업에 필요한 평균 투자비용은 2억 8천600만원, 평균계약 기간은 1.5년이었다.
또 일반대리점 응답자 687명 중 20.1%에 이르는 138명은 재계약 시 갱신 거절 또는 해지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해 대리점주들의 지위가 불안정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대리점이 특히 심각했다.
응답자의 58.3%는 본사가 판매목표를 설정했다고 답했고, 이 중 51.9%는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판매장려금 삭감과 계약 해지 위협 등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또 응답자의 31.3%는 계약기간 제조사 등 대리점 본사가 수수료율, 판매장려금, 공급가격 등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고 답했다.
본사가 경영자료 제출 요구, 리모델링 요구, 직원 채용 문제 등 부당하게 간섭한 적이 있다고 답한 대리점주도 32%나 됐다. 업종별로는 식자재업종이 83.3%로 가장 높았고 자동차(58.1%)가 뒤를 이었다.
아울러 응답자의 18.8%는 대리점 본사의 귀책사유로 상품이 파손돼 반품을 요청했음에도 본사가 반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본사가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일방적으로 공급하거나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강제 구입하게 하는 이른 바 '밀어내기'도 여전히 10% 이상의 대리점주가 당하고 있었다. 밀어내기 횟수는 월 1.7회, 금액은 월 684만원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스크린골프업종에 대한 실태조사도 이뤄졌다.
32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오픈 당시 반경 500m에 평균 2.29개가 있던 스크린골프는 최근 3.39개로 48% 증가했다. 반면 매출액은 29% 줄었다.
응답자의 87%는 본사가 대리점 인근에 협의 없이 신규 점포를 출점하는 점을 가장 큰 고통으로 꼽았다. 오픈 당시 예상매출액을 고지받은 경우는 20.8%에 불과했으며 고지를 받았어도 실제 매출액보다 33.4% 적었다고 답했다.
골프시뮬레이터 등 장비도 지나치게 자주 업그레이드돼 한 번 교체할 때마다 1억 3천900만원이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불공정거래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하겠다"며 "대리점 보호법 제정도 필요한 만큼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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