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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대한 사유와 성찰…임민욱 '만일의 약속'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남북 분단의 시대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함께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설치, 미디어 등 40여점으로 구성한 임민욱(47) 작가의 개인전 '만일의 약속'을 3일 시작한다.



전시작 중에는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지형을 형상화했다는 '통일등고선', 언제 어떻게 이산가족이 헤어졌는지를 글로 보여주는 '이산가족찾기 사연판' 등이 눈에 띈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만일의 약속'은 1983년 KBS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의 장면들을 재배치한 몽타주 영상작품이다.
2채널 비디오 프로젝션으로 두 화면이 마주하고 있는 이 작품은 화면에 비친 주인공들이 어떻게 서로 가족임을 확인하는지에 주목하게 한다.
서울과 지역 방송국을 연결한 화면에선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아버지 이름, 어머니 이름 그리고 형제 자매 이름을 확인한다.
이러한 과정이 어느 정도 끝나갈 즈음엔 수줍고 어색한 주인공의 표정에선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친 듯한 눈물이 흘러내린다.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찰나로 지나쳤던 인물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이 작품은 몽타주의 분할 화면 기법과 사연판을 실어나르던 카메라의 움직임에 주목한 작업"이라며 "그것은 언젠가의 '만일'을 다시 기약하며 미디어의 제한된 프레임에 모두 담아낼 수 없었던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마주하는 시간'으로 인도한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선 깃털, 뼛조각, 재활용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오브제 설치, 언뜻 공사장으로 보이는 공간과 행인 등의 모습을 담은 퍼포먼스 영상으로 구성된 '포터블 키퍼'(Portable Keeper)도 보인다.
작가가 2009년부터 진행 중인 이 작품은 오브제 형상으로 봐선 원시시대나 문명 이전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
작가의 신작 '허공에의 질주'는 나뭇가지 같은 자연의 소재와 기계의 세계가 결합해 카메라맨, 방송 장비, 부엉이 등 다양한 물품과 생명체를 표현한 느낌을 준다.
관람객은 이러한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보기에 앞서 전시공간 내부 입구 근처에서 흘러간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
이곳에는 4개의 대형 컨테이너 문을 연결해 만든 조형물이자 사운드 작업인 '시민의 문'이 설치됐다.
관람객은 확실하게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잔존해 있던 기억이나 자기 자신 또는 그 시대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임민욱은 2007 에르메스 미술상, 2012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내년 2월14일까지다. 문의 ☎ 1577-7595.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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