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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이 시대에 맞게 현대화한 한국무용 종합선물세트"
국립무용단 신작 '향연' 연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한국무용 '단'(壇)과 '묵향'(墨香)에서 세련된 연출로 호평받은 디자이너 정구호가 다시 한번 국립무용단과 손잡고 신작 '향연'을 내놓는다.
'향연'은 다양한 한국 전통무용을 엮은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코리아 환타지'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정구호가 연출을 맡고 남성무용가 조흥동(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45호 한량무 예능 보유자)이 안무했다. 중요무형문화제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 전수교육 조교 김영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양성옥이 협력안무가로 참여한다.
태평무, 학춤, 장구춤, 부채춤 등 수십가지의 한국 민속무용 소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코리아 판타지'를 궁중무용, 종교무용, 민속무용 12개로 압축하고, 봄·여름·가을·겨울을 테마로 풀어냈다.
의상, 음악, 무대장치 등의 전체적인 형식과 색감은 현대적으로 바꾸되 전통무용의 춤사위는 원형을 유지했다. 대신 무용수의 배치와 구성을 달리해 현대적 느낌을 더했다.

정구호 연출은 17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게는 운명적인 작품"이라며 "'코리아 판타지'가 스펙터클이라면 '향연'은 무용에 집중해 한국무용의 춤사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 한국무용을 이 시대에 맞는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하는 데 많이 신경썼다"며 "한국무용의 기본 정신과 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대화에 필요한 정리정돈을 했다"고 말했다.
정 연출은 "한 나라의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필요하다. 전통을 고수하고, 그 전통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계속 응용하고, 이 둘과 상관없이 완전히 새롭게 창작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첫번째와 세번째는 많지만, 전통을 응용하는 작업은 부족하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일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향연'은 우리 전통을 이 시대에 맞게 재창조하는 국립극장의 사명을 담은 작품"이라며 "한국무용의 원형과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이 시대의 미적 기준에 맞는, 이 시대 대중과 유리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전통춤하면 연상되는 적·청·황·흑·백의 오방색을 의상과 악기에서 모두 지웠다. 대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듯 무채색에서 시작해 빨강과 파랑 계열로 조금씩 색을 얹는 방식으로 재배열하고 무대도 간결하게 만들었다.
정 연출은 "한국무용은 음악과 전통복식을 빼고 동작만 보면 너무나 모던하다"며 "그런데 화려한 의상의 색과 치장에 묻혀 그러한 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음악도 단순하게 바꿔 그런 움직임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음악도 기존 춤곡에 장단만 남겨놓고 다시 편곡했다. 거문고 소리 하나에 의지해 춤을 추거나 목탁 소리 하나로 박자를 잡는 식이다.
조흥동 명무는 "전통을 재창조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 전통 가락의 춤사위를 바탕으로 창작을 일부 가미해 재창조했다"며 "발디딤새, 손놀림, 목선 등은 전통 춤사위에서 나온 것으로 국적 없는 춤사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는 국립무용단 단원들을 비롯해 객원 단원까지 56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오르는 대작이다. 군무와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화려한 볼거리도 함께 한다.
이 작품의 토대가 되는 '코리아 판타지'는 국내외 주요 문화행사 때 한국의 '문화사절'로 빈번하게 공연되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향연'이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정 연출은 "'향연'을 통해 외국인들도 한국 전통무용에 충분히 매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한국무용의 차별성과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더욱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공연은 내달 5~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이어진다. 관람료는 2만~7만원. 문의 ☎ 02-2280-4114.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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