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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타협안, "약물 문제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러시아. 육상선수 전원 올림픽 출전금지 피하려는 의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약물 스캔들'로 올림픽 출전까지 위협받고 있는 러시아 육상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어느 정도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 러시아 체육부와 육상연맹의 방안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결단을 내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며 "러시아는 리우올림픽 육상 종목 출전 금지 등의 극단적인 처벌을 피하고자 잘못 일부를 시인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WADA는 18일과 19일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 도핑 스캔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러시아 육상선수 전원 리우 올림픽 출전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러시아는 WADA 집행위원회가 1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러시아육상경기 연맹은 13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해명 자료를 보내기도 했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부 장관은 이날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논쟁할 건 논쟁하고, 바로 잡을 건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극단적인 조치에 반대한다.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항변했다.
러시아로서 '도핑 파문'으로 육상선수 전원이 올림픽 출전 금지당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무트코 장관은 "러시아 육상 선수들에게 무척 괴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WADA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금지약물 복용과 무관한 선수가 단지 러시아 육상 선수라는 이유로 고통받는다면 우리가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육상 선수 전원 리우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의식한 발언이다.
WADA 산하 독립위원회는 지난 10일 반도핑 조사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광범위하게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며 "러시아 반도핑기구의 일부 의사와 직원들이 선수, 코치와 공모해 조직적으로 금지약물 복용과 도핑 테스트를 피하는 것을 돕기까지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육상경기연맹은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고, 사실인 것도 개선이 가능한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지만 WADA는 "2016년 리우 올림픽과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에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경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악천후 속에서도 소치에서 체육부 장관 등 주요 스포츠 인사를 만나 도핑 추문에 대해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무트코 장관에게 "불행하게도 도핑 문제는 세계 각국 언론의 관심을 받는다. 그리고 이 불편한 관심은 끊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자체 수사를 철저하게 하되 억울한 누명을 쓰는 선수가 나오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로서는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큰 상처를 입는다. 선수 한두 명이 아닌, 육상 선수 전체가 올림픽 출전 금지 조치를 당하면 국가 이미지에도 심한 손상을 입는다.
푸틴 대통령은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선수를 보호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라.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P 통신은 푸틴의 '소치 회의' 소식을 전하며 "스포츠는 러시아의 자존심이다.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약물 스캔들 때문에 대거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러시아와 푸틴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억울한 선수'를 반복해서 언급하는 이유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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