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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향한 깊은 애정이 닮은 한·중 작가 김주영·장웨이"
청송 객주문학관서 한중 대표작가 상호 집중 토론회 열려

(청송=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김주영 소설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하층민에 대한 관심, 둘째는 낭만주의, 셋째는 완벽한 서사입니다."(중국 문학평론가 롼메이젠)
"장웨이 소설에서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 평범한 사람의 깊이 있는 내면을 소설로 형상화하는 작가적 사명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한국 문학평론가 오생근)
경북 청송에 있는 객주문학관에서 4일 대하소설 '객주'의 작가 김주영(76)과 중국 유명 소설가 장웨이(59)가 자국 평론가들과 함께 마주앉았다.
한국에서는 홍정선, 김주연, 오생근, 박성우 등 문학평론가·소설가, 그리고 임명신 번역가가 자리를 함께했다. 중국에서는 문학평론가인 천샤오밍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 롼메이젠·장신잉 푸단대 중문과 교수, 루메이 문예지 '문학보' 편집장이 참여했다.

이날 열린 '한·중 대표작가 상호 집중 토론회'는 중국 작가 린젠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중국의 권위 있는 잡지와 평론가들이 한국문학을 더 자세히 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의 주도로 지난해 9월 사쟈방에서 중국 유명 평론가들이 자리한 가운데 김주영 소설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에 호응해 중국 중견 작가인 장웨이와 명망 있는 비평가를 초청하고, 여기에 소설가 김주영과 대표적인 비평가들을 나란히 놓는 토론회를 준비했다. 행사는 청송 객주문학관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토론에서 양국 평론가들은 두 작가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집어냈다.
천샤오밍 베이징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중국 문학계에서는 긍정적인 인물을 전면에 묘사하는 소설이 성공적이지 못한 사례가 많은데, 김주영의 '멸치' 속 외삼촌은 친근하고 존경심이 가는 인물로 보였다"며 "외삼촌의 형상에서 한국 민족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인물을 통해서 그 민족의 우수한 유전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성공적인 요소다"라고 말했다.
롼메이젠 중국 푸단대 중문학과 교수는 "김주영이 보부상을 소재로 한 '객주'를 쓰려고 수집한 사진 자료를 보면서 그가 젊은 시절부터 많은 관심을 뒀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또 풍부하고 다채롭게 소설에 현장성을 담아낸 것을 보면 김주영은 우수한 이야기를 잘 엮어내는 '고단수' 같다"고 평했다.
중국 문예지 '문학보' 편집장인 루메이는 "장웨이 작품에는 전반적으로 무게가 있지만 김주영은 경쾌한 문장을 구사하면서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대조했다.
장웨이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한국 평론가들은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며 중국 낭만주의 문학의 새 길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산둥성작가협회 주석으로 있는 장웨이는 '고선'(한국어판 제목 '새벽강은 아침을 기다린다') 등 12편의 장편소설을 냈고 39권 분량의 대하소설 '당신의 고원에 있다'로 2011년 마오둔문학상을 받았다. '바닷가의 눈', '겨울풍경' 등 다수의 중단편 소설도 창작해 선집을 포함한 작품집이 200권을 넘는 다작의 중견 작가다.
오생근 문학평론가는 "장웨이는 다양한 삶의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지만 조금도 인위적이지 않고, 삶의 여러 사연을 자연스럽게 소설화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한국 소설 중에 자연스럽지 않은 소설들, 삶의 체험이 부족한 시선으로 억지로 만든 소설들이 일부 많아진 현상을 반성하며 돌아볼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장웨이 작품 가운데 '바닷가의 눈' 등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 눈에 띄었다고 강조했다.
오 평론가는 "장웨이 작품의 노인들은 인생을 이해하는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주고 개인적인 욕망보다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휴머니즘의 태도를 보인다"며 "그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생각은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서술되면서도 압축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소설적 흥미를 더했다"고 칭찬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 예정인 장웨이의 단편집을 한국어로 옮긴 임명신 번역가는 "장웨이의 작품에는 해방, 자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심미적인 감성으로 표현된다"며 "문체가 매우 아름다워서 오히려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번역이 의미 없기 때문에 번역이 두려우면서도 욕심났다"고 소개했다.
홍정선 문학평론가는 "장웨이와 김주영은 모두 자국의 정치적·경제적·역사적으로 험난한 시기를 통과하면서도 어려웠던 삶을 원망한 것이 아니라 해학으로 승화했다"며 "서로 다른 체제와 시간, 장소에서 자랐지만 이런 공통점이 이번 모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문인들은 토론회 이후 작가 집필실이 있는 청송 객주문학관과 주왕산 일대를 둘러보고 다음날 강원도 강릉 허난설헌 생가터 등을 관광할 예정이다.
hy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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