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프린트
• 스크랩
• 이전
• 다음

1. 
2. 

인도서 '불관용' 논란…과학자·문인 잇단 훈장·상 반납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 과학자 등 지식인들이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종교적·사상적 불관용이 커졌다며 훈장을 반납하는 등 지식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힌두교의 우상숭배를 비판한 M.M. 칼부르기 교수가 지난 8월 괴한에 살해되고 50대 이슬람교도가 힌두교 주민들의 집단 폭행으로 숨지는 등 극단주의 움직임이 커지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30일 인디언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원로 분자세포학자인 P.M. 바르가바(87)는 "정부가 합리주의, 이성과 과학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1986년 정부로부터 받은 파드마 부샨 훈장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파드마 부샨 훈장은 인도 정부가 국가를 빛낸 민간인에 수여하는 세번째 등급의 훈장이다.
그는 "분파주의 폭력은 인도에 수십 년 동안 있었지만 모디 정부 아래에서는 이 같은 폭력이 더 조장되고 있다"며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기반인 민족봉사단(RSS)의 모한 바그와트 대표가 '여성은 가정주부가 돼야 한다'는 말을 하는 등 과격 단체가 연일 증오의 성명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의 훈장 반납에 앞서 200여명의 과학자들이 최근의 불관용 사태를 비판하며 온라인 서명에 참여했다.
앞서 28일에는 인도 영화 제작자 10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이나 소신 때문에 살해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며 정부로부터 받은 영화상을 반납했다.
소설가, 시인 등 문인들은 이달 중순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초대총리의 조카딸인 소설가 나얀타라 사갈(88)이 최대 문인 협회 '사히티아 아카데미'로부터 받은 문학상을 반납한 이후 40여명이 문인단체에서 받은 상과 상금을 반납했다.
문인들은 종교적 극단주의를 비판해야 할 문인 단체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힌두 문화의 지배적 지위를 강화하려는 정부 여당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인들의 상 반납이 잇따르자 사히티아 아카데미는 지난 23일 합리주의 작가 살해를 비난하고 정부의 방지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움직임을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디 총리의 최측근 중의 한 명인 아룬 자이틀레이 재무장관은 상 반납 움직임에 동참한 작가들을 "좌파나 네루주의에 경도됐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모디 총리나 여당을 반대하는 측의 새로운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자이틀레이 장관은 이같은 움직임을 '가공된 반발'이라 부르며 "이들의 행동은 또다른 이념적 불관용"이라고 말했다.
라지나트 싱 내무장관 역시 "상 반납 움직임은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