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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숙 "다른 작곡가도 '생황' 작품 썼으면"
서울시향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서 '생황' 작품 조명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준 높은 현대음악을 소개해온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공연 '아르스 노바'(Ars Nova)가 올해 하반기에는 3천 년 역사를 지닌 중국 전통 악기 '생황'을 집중 조명한다.
'아르스 노바'는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오른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이 2006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은 공연이다. 세계 곳곳에서 발표되는 현대음악 가운데 엄선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달 30일 LG아트센터와 내달 5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올해 하반기 공연에서는 핀란드, 독일, 스웨덴 등 세계 각국의 현대 관현악 작품과 함께 '생황'을 위해 쓰인 관현악곡과 실내악곡을 각각 세계 초연, 아시아 초연한다.
먼저 첫 공연에서는 핀란드 작곡가 유카 티엔수에게 위촉해 만든 생황 협주곡 '터톤(Teoton)'을 세계 초연한다. 서울시향이 노르웨이방송교향악단,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암스테르담 NTR자터다흐마티네, 대만국립교향악단 등 외국 4개 관현악단과 공동으로 위촉한 작품이다. 중국 생황 연주자 우웨이가 협연한다.

두번째 공연에서는 신진 지휘자 양성을 위한 '서울시향 작곡 마스터클래스'에서 실력을 쌓은 작곡가 박정규가 만든 생황과 앙상블을 위한 '인투(Into...)'를 아시아 초연한다. 서울시향과 프랑스 '파리 가을축제'가 공동 위촉해 지난 10일 파리에서 세계 초연했다. 한국 전통음악 연주자 가민이 생황 협연을 맡는다.
이번에 '생황'을 집중 조명하는 것은 이 악기와 진은숙의 인연에서 출발했다.
진은숙은 우웨이의 연주를 듣고 생황의 현대적 가능성을 발견, 생황 협주곡 '슈'를 작곡해 2009년 초연했다. 이 작품은 낼 수 있는 음이 제한적이어서 전통악기를 사용하지 못했던 진은숙이 동양 악기를 위해 만든 첫 작품이다.
생황은 가느다란 대나무 관 여러개가 통에 둥글게 박혀있고, 통 가운데 구멍으로 입김을 불어넣어 연주한다. 중국에서 한반도로 전해져 양국에서 각각 고유한 악기로 발전했다.
전통 생황은 대개 17개 관으로 돼 있지만 우웨이는 직접 37개 관으로 개량한 현대식 생황을 사용한다. 다양한 음색과 주법을 쓸 수 있어 오케스트라 협연이 가능하다.
생황 협주곡 '슈'와 진은숙이 작곡한 피아노, 첼로 협주곡을 담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반 '진은숙: 3개의 협주곡'은 지난 3월 '국제클래식음악상(ICMA)'을 받은 데 이어 4월에는 한국 오케스트라, 아시아 작곡가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BBC 뮤직 매거진상'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지난 8월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반상인 영국 '그라모폰 상(Gramophone Award)'의 현대음악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진은숙은 27일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황 협주곡을 쓰고 나서 이 악기가 너무 좋았다"며 "저 뿐 아니라 다른 작곡가들도 이 악기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생황'을 위한 곡들을 위촉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웨이가 개발한 생황은 37개 대나무 관이 있어 굉장히 많은 음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어요. 여러가지 미묘한 조합을 가진 하모니를 만들 수 있어 작곡가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있는 악기입니다. 그동안 서양에서는 이 악기를 위해 곡을 쓴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제가 생황 협주곡을 쓰고, 이 곡이 연주되면서 생황에 관심을 갖는 서양 작곡가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는 "그전만 해도 주로 서양악기를 독주악기로 썼는데 이제 범위를 넓혀 처음으로 생황, 동양악기를 사용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한국 전통악기를 독주악기로 사용하는 등 전통악기와 섞는 시도를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이번 공연에서는 현대음악의 정수로 꼽히는 베베른의 '여섯 개의 오케스트라 소품'을 한국 초연하고, 최근 국제적으로 부상하는 작곡가 힐보리의 관현악곡 '열한 개의 문'과 2009년 작고한 독일 작곡가 골트만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연주한다.
관람료는 1만~5만원. 문의 ☎ 1588-1210.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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