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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크서 옛소련 건축물 철거 싸고 논란…"잔재" vs "유산"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에서 옛소련시절 주요 건축물의 철거를 놓고 찬반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 두샨베 당국이 옛 대통령궁, 의회 및 시청 등 소련시절 지어진 건물들의 철거를 공식발표하고서 대통령과 정부에 철거반대를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이가 첫날에만 600명을 기록했으며 지금까지 매일 수백명 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건물들은 지난 1930~40년대 2차 세계대전의 전란을 피해 러시아 각지에서 두샨베로 이전한 건물들로 제정 러시아(1721~1917)의 건축양식을 간직하고 있다.
아울러 화려한 내부 등 뛰어난 건축미로 그동안 타지크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철거를 반대하는 측은 이 때문에 해당 건물들을 소련의 잔재가 아닌 타지크의 문화유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지크 역사학자 갈푸르 쉐르마토프는 "이 건물들은 두샨베의 보석이자 옛 타지크 장인들의 걸작"이라고 주장했으며 유명작가인 아니사 소비리는 두샨베 당국을 향해 "천박하고 선경지명이 없으며 어리석음의 피해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당국은 해당 건물들이 소련의 잔재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누라리 사이조다 타지크 정부 건축위원회 부국장은 철거를 놓고 여론의 반발의 커진다는 소식에 "건물의 역사적 가치는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건물이 낡아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철거강행의 뜻을 고수해 파문은 커지고 있다.
타지크는 1991년 옛소련에서 독립했다. 이후 타지크는 에모말리 라흐몬 현 대통령이 앞장서 민족주의를 표방하며 소련잔재 청산에 애쓰고 있다.
실제 라흐몬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이전까지 사용하던 자신의 러시아식 이름 '라흐모노프'를 '라흐몬'으로 개명하며 그 의지를 보였다.
또 타지크 당국은 2011년 중앙아시아에서 최대 크기를 자랑하던 국내의 레닌동상을 철거했으며 2013년 당국은 도시 재개발을 명분으로 소련시절 지어진 주택, 상가 등 모든 건물의 재건축을 허가하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mtkh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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