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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합의 이행 앞둔 美-이란 '미사일 발사' 싸고 날선 공방
핵합의안 이행 늦춰질 가능성…좌초되진 않을 듯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첨예해지고 있다.
미국은 11일(현지시간) 이뤄진 이번 시험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6일 이란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고서를 안보리 산하 '이란제재위원회'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고, 수일 안에 안보리 회원국에 이를 직접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파워 대사는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명백히 유엔 안보리 결의안 1929호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프랑스 외무부 역시 15일 이란의 미시일 시험발사가 유엔 결의안 1929호 위반이라고 미국을 거들면서 "이란이 국제사회에 걱정스러운 메시지를 던졌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이의 제기에 이란은 17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독일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핵합의안(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위반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JCPOA엔 미사일과 관련한 어떤 언급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교롭게 JCPOA 이행 절차 개시 시점인 '채택일'(Adoption Day)을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날카로워지고 있지만 미국의 공세와 반박하는 이란의 초점은 미묘하게 다르다.
미국이 '위반'의 근거로 삼은 안보리 결의안은 2010년 나온 1929호다.
1929호는 "이란은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포함한 관련된 어떤 활동도 해선 안된다"고 금지했다.
결의안 1929호는 JCPOA에 따라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이행일'(Implementation Day) 이후 종결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수개월 뒤 없어질 시한부 결의안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심각하게 문제 삼으려면 1929호가 아니라 역사적인 핵합의의 이행을 보증한 7월의 2231호를 위반했다고 주장해야 하는 게 실효가 크다.
2231호는 1929호의 표현을 준용해 "JCPOA의 채택일 이후 8년간 이란은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포함한 관련된 어떤 활동도 해선 안된다"고 제한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미국 정부는 버락 오바마 정권의 '유산'인 JCPOA 자체에 제동을 걸 뜻은 없다고 해석된다.
미국 언론에서 이란의 미사일 발사가 JCPOA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13일 "그러한 위반은 이란과 서방이 지난 7월 타결한 역사적인 핵협정과는 완전히 별개"라고 급히 진화한 데서 진의를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장거리 미사일 문제를 묵과하지 않음으로써 JCPOA 이행 전까지는 이란의 어떤 '도발'에도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내보였다.
반면 이란의 초점은 미국이 지적한 '유엔 결의안 1929호 위반'이 아니라 "JCPOA 위반이 아니다"라는 데 맞춰졌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이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하려고 설계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거리 미사일이 핵탄두 장착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지만 이란은 이런 해명으로 '진실게임' 양상으로 몰아가 희석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란 역시 JCPOA가 좌초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 것이다.
다만, 미묘한 시점에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굳이 공표함으로써 미국의 반응을 떠보는 동시에 핵합의에 반대하는 국내 군부의 입지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정치적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핵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5월 제재 대상품인 항공기를 도입했다고 공개한 적이 있다. 미국은 지체없이 이를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원칙론으로 대응했다.
미국 정부가 낸 보고서에 따라 유엔 이란제재위원회가 결의안 1929호 위반이라고 결론지으면 JCPOA 이행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결의안 1929호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연관된 제재인 터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돌발변수를 해소하기 위해 JCPOA 이행 전 서방과 이란 간 외교에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JCPOA 이행의 전제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공산도 크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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