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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김형철 "삶에 만족 말고 끊임없이 질문하라"

    문화 | 10-12 16:40

    인문학 명강의 교수의 삶과 철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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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철학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내가 알아야하지만 모르는 것이 무엇일까'를 질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철학적 질문"이라고 말했다. kjhpress@yna.co.kr


    (서울) 임동근 기자 = 인문학 열풍이다. 이유가 뭘까. 정치에 대한 불신, 직업 안전성 위기, 안전에 대한 불안감,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은 피폐해지는 일상 등이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렇게 지치고 힘들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힘은 갈수록 떨어진다. 우리 삶에 인문학이 필요한 까닭이다. 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을 찾지 못한 현대인이 철학을 만나야 하는 이유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김형철 교수는 “세상을 좀 더 알고 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 원서를 쓸 때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은 “철학을 하면 세상을 점점 더 모르게 된다”며 완강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반대를 무릅쓰고 들어선 철학자의 길, 그리고 지난 40여 년. 그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두 입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만 공부하면 세상을 모르게 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철학을 공부하고 다른 지식을 접붙이면 세상을 확연히 볼 수 있게 됩니다. 철학은 숲을 보는 학문입니다. 현재 만족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철학은 묵은 김치 같습니다. 장맛이 난다고 할까요. 세월이 지나면서 지혜가 더 우러나오는 그런 학문입니다.”

    그는 수도승처럼 책 속에 파묻혀 있는 철학자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대화하고 있다. 교수로서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활발히 강연을 하고 자문도 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최우수 인문학 강의 교수상’을 받고 학술진흥원이 선정한 ‘국내 강의 실력 베스트 7’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최근 인문학 열풍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했다. 인문학이 빠져 버린 기술이나 제도는 더는 설 땅이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기술의 유용성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과 접목되어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론’이라고 아시죠? ‘인문학 전공자 구십 퍼센트는 논다’라는 웃지 못할 얘기입니다. 인문학 열풍이라고 하지만 정작 인문학 전공자의 사회 진출은 어렵습니다. 인문학 열풍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강의 한두 번 듣고 재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최근 ‘철학의 힘’이란 책을 낸 것도 일반인과 학생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눈높이를 맞춘 작업이죠.”

    ◇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철학’

    인문학 명강사이자 윤리학자인 김형철 교수에게 철학이 무엇인지 물었다. “생각을 생각하는 학문, 의심을 의심하는 학문이 철학”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과학자가 ‘어떻게’를 탐구하는 반면 철학자는 ‘왜’를 탐구하죠. 그래서 철학자들이 던지는 질문을 보면 ‘나는 왜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처럼 굉장히 어리석어 보입니다. 친구들에게 만약 ‘우리 왜 살지?’ 그러면 ‘너 왜 사는지 몰라?’ 하고 비웃음을 받게 돼 있죠. 그렇지만 어리석어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나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이다. ‘내가 알아야하지만 모르는 것이 무엇일까’를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늘 물어보면서 거기에 대한 답을 찾아내면 지식의 범위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겸손해집니다. 자기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사람은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현명한 사람이 된 겁니다.”

    ◇ 리더는 청렴하고 도덕적이어야

    철학자로서 최근 한국사회의 다양한 문제 중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지도층의 ‘청렴’과 ‘도덕성’, 그리고 룰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란법을 국회에 갖다놨더니 두 가지를 망쳐놨습니다. 첫째 법적용 대상자를 너무 많이 늘려놨어요. 법이 작동이 불가능하도록 한 겁니다. 두 번째는 그 많은 대상자 중에서 국회의원 본인은 빠졌습니다. 가장 부패하기 쉬운 조직은 가장 힘이 센 곳입니다. 힘센 곳에 조명을 비춰야 합니다. 힘 센 곳이 맑아지면 나머지는 조금씩 맑아지게 돼 있습니다.”

    또 열린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저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할까’ 경청한 뒤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폭력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청하는 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세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세요"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김형철 교수는 정신적 결핍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이상은 닿을 수 없지만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kjhpress@yna.co.kr


    ◇ 숫자가 아닌 사람을 관리하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자문하고 강의하는 철학자로서 그는 무엇을 강조하고 있을까. 그는 CEO들에게 “성과를 수치화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를 내다 버리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 릴레이 결승에서 미국하고 프랑스가 맞붙습니다. 미국 선수 4명의 개인기록 합산은 프랑스보다 더 빠릅니다. 하지만 대회에서 프랑스가 이겼습니다. 승리의 비결은 바통 터치였습니다. 하지만 바통 터치는 절대로 수치화할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는 숫자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경영하는 것입니다. CEO가 직원들의 성과만 보고 경영하겠다고 하면 그건 테니스 선수가 상대가 아닌 스코어보드를 보고 테니스를 치는 것과 같습니다. 숫자만 보고 경영하지 말고 사람도 보고 경영하라는 뜻입니다.”

    이런 주장이 기업에서 실제 적용된 사례도 있었다. 그룹 회장과 사장, 임원을 대상으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장자, 공자 등 동서양 철학자의 사상을 주제로 한 강의를 10회에 걸쳐 진행했는데, 기존 상명하복과 상의하달의 조직 문화가 바뀌었다고 한다.

    “누구든지 의견을 활발하게 밝히고 윗사람은 직원의 얘기를 잘 듣게 됐습니다. 경직된 분위기가 많이 풀리고 오픈되는 분위기가 됐다고 합니다.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생산성은 워크 라이프 밸런스에서부터

    김형철 교수는 평소에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스마트’를 강조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깨지면 조직이 흔들리고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애플이 굉장히 어려웠을 때가 있습니다. CEO가 한밤중에 직원에게 전화해서 일을 다그치곤 했습니다. 당시 직원들의 이직률과 이혼율은 굉장히 높았습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그 기업은 절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는 명품 바이올린을 보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줄을 풀어놓는 것인 것처럼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직원을 다그치기보다 휴가를 더욱 보장해야 하고, 그 책임은 바로 회장이나 사장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 꿈에 닿을 수 없다고 실망하지 마라

    정신적 결핍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이 시대의 철학자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그는 이상과 현실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하고, 그 괴리를 극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괴리가 극복되면 이미 그것은 이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좋아하는 시로 대답하겠습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라는 돈키호테의 시입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이 꿈의 원칙입니다. 항상 간극이 남아야 합니다. 극복은 안되지만 꿈은 크게 가져야 합니다.”

    그는 또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말라고 했다. “만족한다는 것은 꿈이 없다는 이야기다. 꿈을 성취하지 못했다고 불만스러워하지 말고, ‘나는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나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를 물어보고 속으로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행동하는 긍정성이 바로 만족 없는 삶을 올바로 가게 할 수 있습니다.”

    ◇ 한국인에게 필요한 최대 덕목은 ‘역지사지’

    마지막으로 철학자로서, 윤리학자로서 한국인이 이것만은 가지고 생활했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했다.

    “요즘 보면 사람들이 너무 자기 스스로에게 함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남과 나는 같을 수 없는 데 말이죠.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이 진실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다 버려야 합니다. 역지사지하라. 자신을 객관화하라. 다른 말로 하면 ‘너 자신을 알라’입니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배움의 자세로 살아가는 한국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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