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 10년 맞은 美대법원장 놓고 '성향 논쟁' 시끌
'원칙과 소신' 판결 여론 속 '우군' 공화당서는 비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원칙과 소신을 따르는 법리주의자냐,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포퓰리스트냐."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가에서는 존 로버츠(60) 연방 대법원장의 '성향 논쟁'이 한창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로 임기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는 2005년 9월29일 제17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젊은 법조인을 연방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그의 보수 성향과 신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버츠 대법원장은 취임 당시 나이가 50세로 존 제이 초대 대법원장과 존 마셜 제4대 대법원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최연소 대법원장이었다.
그는 같은 해 7월 은퇴를 발표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으로 후임으로 지명됐다. 상원 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윌리엄 렌퀴스트 당시 대법원장이 사망하자 대법원장에 오르는 행운을 안았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끄는 연방 대법원에서는 지난 6월 미국 사법사(司法史)에 이정표가 된 판결 2건이 있었다. 이는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안과 동성결혼의 합법화다.
특히 로버츠 대법원장은 1표 차로 명암이 엇갈린 건강보험 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함으로써 앙숙이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반면, 동성결혼 합법화를 놓고 대법원에서 벌인 투표에서는 보수 성향을 뒷받침하듯 반대표를 던졌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 케어와 동성결혼 합법화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로버츠 대법원장의 건강보험 개혁안 찬성투표를 놓고 '배신행위'라는 극언까지 나왔다. 그 불똥은 그를 대법관과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까지 튀었다.
하지만, 로버츠 대법원장의 배신이라기보다 소신이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동안 대법원 판결을 보면 로버츠 대법원장의 입장은 보수 쪽에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10년 '시티즌스 유나이티드 vs 연방 선거관리위원회' 판결이다.
보수 비영리단체인 시티즌스 유나이티드는 2007년 대선 기간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불리한 기록물을 방영하려 하자 선관위가 이를 금지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대법원은 당시 5대4로 시티즌스 유나이티드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때에도 로버츠 대법원장의 찬성표가 승패를 갈랐다.
그는 이어 2013년 인종차별이 심한 지역에서 흑인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제정된 '투표권법'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도 찬성표를 던져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이 사건은 앨라배마 주 셸비 카운티가 당시 에릭 홀더 법무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대법원은 셸비 카운티가 제기한 투표권법 위헌 소송에서 선거법 개정 시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州) 정부의 선정기준을 정한 투표권법 4조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미국 언론들은 로버츠 대법원장 임기 10년간 대법원은 총기류 소지와 인종·종교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수 쪽에, 동성결혼과 건강보험 개혁에 대해선 진보 쪽에 무게추가 기울어진 형국이라고 전했다.
아닌게아니라 로버츠 대법원장이 재임 10년간 찬성표를 던진 사건 가운데 58%가 보수 성향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념이 개입된 판결에서 찬반이 박빙일 경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자신의 표가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미묘한 균형감'을 보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인연도 화제다. 두 사람은 하버드대 로스쿨 동문으로 로버츠 대법원장이 선배다. 모두 권위 있는 '하버드 로 리뷰'의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성향은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 편모 가정에서 넉넉지 못한 청소년기를 보낸 오바마가 민주당을 선택한 것과 달리 로버츠는 유복한 가정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공화당을 선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5년 로버츠 대법관의 인준안에 반대했으며, 로버츠 대법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선서 시 취임선서를 잘못 선창해 백악관에서 다시 취임선서를 하도록 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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