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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70년> "요즘 노동당 간부들 회의감 커켰다"
노동당 고위층 출신 탈북자 "노동당 모순 폭발하는 중"
"김정은도 '노쇠한 권력층'에 불만…갈등 커지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더는 미래가 없다'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간부들이 많아졌습니다."
북한 노동당 고위층 출신 탈북자 A씨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뒤 회의감을 느끼는 간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3대 세습'으로 이어져온 북한 체제의 모순이 김정은 정권 들어 두드러지고 있으며,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상상 외의 일'을 많이 벌이는데다 전시성 과제도 많이 하달돼 이런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나도 북한에서 간부로 있을 때 엄청난 긍지와 자부심, 책임감을 가지고 밤낮없이 일했다"며 "열성적으로 일하던 사람이 체제 모순을 느끼고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허탈감은 더 크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회의감을 느끼는 당 간부가 많아지면서 탈북이나 맡은 일에 대한 책임과 의무 회피, 개인 안위의식 강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특히 이런 문제점이 중앙당 상부에서까지 노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정은 체제 들어 그동안 쌓여 온 노동당의 모순이 폭발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거치며 기득권의 중심을 이룬 '노쇠한 권력층'에 대해 김정은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김정은은 수십년간 기득권을 누려온 사람들에 대해 '나이는 많이 먹고 일은 못 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이 대내·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 부정적인 생각은 더 커지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선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신으로 김정은이 간부들을 믿지 못하고, 새 인물을 많이 등장시키며 어깨에 별을 달았다 뗐다 하고 있다"며 "노동당 상부구조뿐 아니라 하부구조에도 청년 당원을 많이 받는 등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당이나 군부에 신진 인물을 등용하려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지만, 급작스럽게 교체된 젊은층이 노련한 기존 권력층 사이에서 흔들리는 등 여러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고 A씨는 말했다.
A씨는 "장성택과 리영호, 현영철 등의 숙청이 전적으로 김정은 개인의 '폭군 성향'으로 이뤄진 것만은 아니다"라며 "세대교체와 김정은의 간부 불신, 그동안 쌓인 당의 모순 폭발 등이 모두 합쳐져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당은 북한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총괄하는 곳이다. A씨는 "산간오지까지, 사람이 존재하는 곳에는 모두 당 조직이 있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노동당 입당이 '출세의 관문'이다.
이 때문에 입당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열망도 크다. '출신성분'은 물론이고 당이 지시한 일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성분'도 좋아야 당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북한 체제가 이완되면서 상황은 변했다고 A씨는 말했다. 청년들의 입당 희망도가 떨어지고 꽉 짜여 있던 당 조직도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당 생활 유리자(당원이면서도 당 행사에 빠지고 당 활동을 등한시하는 사람)'라는 말이 이제는 퍽 대중화되었고 대책 마련에도 분주하다고 한다.
A씨는 김정은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처음 등장했던 2009년 무렵 북한 주민들이 가진 기대감은 80% 정도로 높았다"며 "김정일은 기대감을 20년 끌고 갔지만, 김정은은 너무 이른 기간에 리더십 부족 등 실체를 너무 많이 드러내 벌써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모순을 느끼는 청년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금 청년들은 '고난의 행군' 때 출생하거나 자라면서 북한 체제가 이완되는 것을 몸으로 느낀 세대인데다 외부 문화와 정보 유입으로 정치적 자각 의식이 앞 세대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charg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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