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극복의 날> ①집 나가는 환자들…치매 실종환자 年 8천명 넘어
환자 지문 사전등록, 배회감지기·인식표 등 '위치 확인기술' 활용 필요
<※ 편집자 주 = 21일은 '치매극복의 날'입니다.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국가가 지정했습니다. 치매를 환자와 가족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서 극복하자는 취지입니다.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치매 환자의 실태와 가족의 고통, 환자 가족을 위한 유용한 정보 등을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제작, 일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1. 올해 3월 3일 오후 5시께 경북 청송경찰서에 가출인 신고가 접수됐다. 청송노인복지센터 직원이 "홀로 사는 A(83·여)씨가 평소 센터에 놀러 오곤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고 신고한 것이다.
경찰이 알아보니 A씨는 2월 28일 오후 1시께 동네 경로당에서 식사하고 오후 4시께 청송교도소 정문 인근에서 냉이를 캔 것까지 확인됐으나, 이후 행적이 묘연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펼쳤다. 3월 15일까지 연인원 기준으로 경찰관 1천396명, 소방·지방자치단체·협력단체 1천187명 등 총 2천583명의 인력과 경찰견에 헬리콥터까지 투입돼 일대를 샅샅이 찾았다.
수색이 장기화하자 3월 16일부터는 교통경찰과 5분 타격대도 실종자 찾기에 동원됐다.
결국, 21일 오후 3시 30분께 A씨는 하천변 갈대밭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저체온증이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보니 2월 28일 A씨가 냉이를 캐고서 집과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치매로 자신이 사는 집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도 모르고 정처 없이 헤매다 변을 당한 것이다.
#2. 올해 2월 20일 오후 3시 50분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검문소에서 경찰이 병원복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B(65·여)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B씨의 언행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치매환자일 수도 있다고 보고 파출소로 데려갔다.
경찰은 그의 지문을 찍어 치매환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B씨의 지문과 인적사항, 보호자 주소 등이 올해 1월 8일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그를 발견해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B씨의 가족에게 확인한 결과 이날 오전 부산의 한 요양원에 있던 B씨가 가족과 함께 바람을 쐬러 외출했다가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치매환자인 B씨가 서울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았지만, B씨는 실종된 지 수시간여 만에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 고령화의 '그늘'…갈수록 늘어나는 치매환자들
20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치매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 공개된 치매 유병률 조사 결과를 보면 2008년~2012년 노인인구는 17.4% 늘어난 반면 치매 노인은 26.8%나 급증했다. 2012년 기준 전체 노인인구의 9.18%가 치매에 걸렸다.
2012년 54만755명이었던 추정 치매환자는 2013년 57만6천176명에 이어 작년 59만6천352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A씨나 B씨처럼 실종되는 치매환자 역시 2012년 7천650명, 2013년 7천983명, 지난해 8천207명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는 8월 현재 벌써 6천33명으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치매환자 1천명 중 14명꼴로 갑작스럽게 사라져 가족의 애간장을 태운 셈이다.
실종된 치매환자는 대부분 발견된다. 해마다 8천명 가량이 사라지지만 올해 8월까지 발견되지 않은 장기 실종 치매환자는 172명에 그친다.
하지만 여기에는 '통계의 함정'이 있다. 숨진 채 발견된 경우에도 발견된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치매환자는 인지 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고령으로 건강도 좋지 않아 실종 후 생존기간이 길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의 치매환자가 길을 잃고 사나흘 길거리에서 지내면 밤 추위를 이기지 못해 저체온증으로 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치매환자 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소방, 지자체, 민간단체 등과 협력해 대규모 수색에 나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치매환자를 찾아라"…인식표·지문등록 등 다양
다행히 최근 들어 치매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 B씨와 같이 실종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치매환자의 실종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치매환자를 위한 배회감지기와 인식표는 대표적인 사례다.
배회감지기는 위성항법장치(GPS)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장착된 목걸이 형태의 전자기기다.
치매 노인이 배회감지기를 소지하고 있으면 보호자가 언제든지 휴대전화로 치매 노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사전에 지정된 구역을 이탈하면 보호자의 휴대전화로 알림 문자를 보낸다.
인식표는 치매 노인의 주소나 보호자 연락처 등과 연계된 고유코드가 적힌 의류 부착물이다. 이 고유코드를 읽으면 치매노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인식표는 의복에 대고 다리미를 이용해 열을 가하면 반영구적으로 부착된다. 세탁해도 인식표가 떨어지지 않는다.
경찰은 치매환자를 조기에 찾기 위해 지문사전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 노인을 발견했을 때 신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사전에 치매환자의 지문과 얼굴 사진, 신체적 특이사항, 보호자 연락처 등을 미리 등록해두는 제도다.
치매환자도 주민등록상 지문 정보가 있지만 경찰이 지문 정보를 쓸 수 있는 것은 수사 목적이 있을 때로 제한돼 있기에, 경찰은 별도로 치매환자 지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경찰이 B씨의 신원을 신속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지문 등 정보가 치매환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돼 있었던 덕분이다.
B씨의 지문 정보가 등록돼 있지 않았다면 부산에서 B씨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 작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지문 등의 정보를 등록한 치매환자는 전체 환자의 3%에 불과하다. 아직은 치매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남에게 알리길 꺼리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본인이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기에 지문등록을 권유해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에서 치매 어르신들에게 이것이 꼭 필요한 제도임을 설득해 지문을 등록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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