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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칸 아시나요"…카자흐스탄 옛왕조 기념식 첫 개최
소련 독립국 역사자긍심 고취, 러시아 경계심에 준비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이자 옛소련권에서 러시아 다음의 경제 대국인 카자흐스탄이 역사자긍심 고취를 위해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명칭은 '카자흐 칸 550주년 기념식'으로 오는 11~13일까지 수도 아스타나에서 3일간 계속된다. 세부행사로는 나자르바예프 국립대학에서 열리는 '카자흐 칸 역사 콘퍼런스', 얼음궁전(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카자흐 칸 기념 공연' 등이 있다.
역사 콘퍼런스에는 20개국에서 온 46명의 학자를 비롯해 국내 전문가와 정부 당국자 등 1천여 명이 참가하며 기념 공연에도 배우, 스태프 등 2천500명이 동원돼 대규모로 진행된다.
또 행사 기간에 국립박물관 마당에는 50채의 '유르트'(유목민이 쓰는 천막)가 설치되고 각지에서 온 100여 명의 금속 및 목공예 장인들이 관람객들에게 전통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체험기회도 제공한다.
'카자흐 칸(군주)'은 1465~1847년까지 지금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북부를 통치하던 왕조국가로 카자흐스탄은 이를 자신들의 국가기원으로 보고 있다. 자니벡 칸과 케레이 칸이 건립했으며 당시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유목민족 국가였다.
이후 외세의 침략으로 서서히 몰락하다 러시아 제국(1721~1917)의 영향권 밑으로 들어갔다.
카자흐스탄이 카자흐 칸 건립을 기념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 배경에는 남모를 속앓이가 있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지난 20여년간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카자흐스탄은 확인된 석유매장량만 300억 배럴로 세계 11위이며 천연가스 매장량은 15위다.
국토면적은 세계 9위며, 국제통화기금(IMF) 발표로는 201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러시아(8천184달러)보다 높은 1만 1천488달러다.
이런 경제력에도 불구 카자흐스탄은 과거 각지를 유랑하던 유목민족의 특성 탓에 남아있는 문화재와 유적지가 많지 않고 또 65년의 소련 통치로 러시아 문화와 관습이 일반화돼 있어 늘 자국역사 및 문화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었다.
실제 카자흐스탄에서는 외국인 학생과 카자흐인 학생이 소련시절 이전의 카자흐스탄 지역에 역사가 있느냐는 문제로 논쟁하다 주먹다짐까지 벌이는 사건이 있었으며 아직도 대부분 러시아인은 카자흐스탄 영토는 러시아가 잠시 빌려준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카자흐인들도 언제 러시아가 다시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산다.
그러다 작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이 카자흐스탄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며 올해 카자흐 칸 건국 기념식 첫 개최로까지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자국 청년 포럼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예전에는 국가가 없던 땅에 나라를 세웠다"고 말했다.
푸틴은 당시 소련에서 독립 후 지금까지 카자흐스탄을 이끄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정치적 안정과 경제성장을 이뤄낸 업적에 존경을 표하는 뜻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현지인들에게는 카자흐스탄이 1991년 소련 붕괴 과정에서 독립은 했지만, 그 이전에는 독립국 지위나 역사를 가진 적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그동안의 자격지심에 불을 지폈다.
급기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1465년 카자흐스탄 지역에 처음 국가형태의 체제가 확립됐으며 지금 러시아와 국경선은 당시 상황에 기인한다"고 푸틴의 발언을 반박했다.
나자르바예프는 그러면서 선조의 건국이념과 그 뜻을 기려 "2015년 카자흐 칸 건국 550주년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개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자흐 칸 건국 기념식 개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교 리코 아이삭스 국제학 박사는 앞서 1월 "카자흐스탄은 정말 1465년에 나타났는가"라고 반문하며 "지금의 카자흐스탄은 140개 민족이 사는 다양한 민족의 화합이 주요정책인 국가"라고 강조했다.
아이삭 박사는 "건국기념식은 여러 민족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으며 결국 하나의 민족만이 두드러지고 나머지는 배제될 것"이라며 오히려 이 행사가 그동안 카자흐스탄에서 잠재돼 있던 복잡한 민족 간 갈등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자흐스탄은 소련시절 스탈린 정권의 민족 이주정책 탓에 현재 약 1천700만명의 총 인구 가운데 러시아계가 21%를 차지하며 고려인 동포는 10여만명, 독일계, 우즈베크계, 위구르계도 상당수 사는 다민족 국가다.
또 각 민족대표로 구성된 카자흐스탄 민족연합회의가 국가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정부는 그동안 민족 간 화합을 우선시했다.
mtkh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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