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정규 기자 = 정부가 8일 국무회의를 열어 386조7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함에 따라 심의·의결권을 가진 국회로 공이 넘어오게 됐다.
일단 예산안은 이변이 없는 한 법정시한내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은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이 되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기 때문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달 31일 "12월 2일이 예산안 처리시한인데 올해만 지키면 이것이 하나의 관행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법정 시한을 지켜 예산안을 처리할 방침임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준예산 편성'이라는 위기감 속에 새해가 될 때까지 여야의 '밀고 당기기'로 몇날 며칠 밤을 새우거나 기획재정부 예산실 등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국회에서 쪽잠을 자며 대기하는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가 국회의 예산심의 권한을 권한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여야는 어느 때보다 깐깐한 예산 심의를 다짐하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편성되는 예산이라는 점에서 올해 예산 심의과정에서는 여야의 치열한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당장 새누리당은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거듭된 세수 결손과 재정 적자 누적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과 국방 분야를 제외하면 웬만한 사업 예산이 동결 또는 삭감됐다는 인식을 3차례에 걸친 정부와의 당정 협의에서 내비치곤 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부가 재정건전성과 성장률 예측 전망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긴축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보수적인 편성"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질 우려가 큰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부양적 측면도 살피지 않을 수 없다"며 "경우에 따라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예산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이유로 급격한 확장 예산 편성에 난색을 보이면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지난해보다 1조5천억원(6.0%) 삭감된 데 대한 지역구 의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국회 심의과정에 의원들의 예산증액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되며 '선심성 예산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예결위 야당 위원들과 전문가들의 간담회를 열어 예산안을 검토한 뒤 이날 오전 중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연합뉴스에 "역대 가장 깐깐한 예결위 야당 간사가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이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야당도 내년도 예산안에 숨어있는 '정부 여당표 총선용 예산'에 대해선 사정없이 칼날을 들이대고 그 대신 '야당표 예산'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여당은 물론 야당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예산안 심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회 심의과정에 내년도 예산 규모가 증액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도 정치권의 이같은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가급적 보수적인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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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