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은지 기자 =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피아노 리사이틀을 앞두고 만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참 편안한 표정이었다.
백건우는 7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간의 음악 여정에 대한 소회와 피아노 리사이틀을 통해 러시안 독주 레퍼토리 등정에 나선 소감을 설명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70세.
체력 소모가 큰 피아노를 다루기에 어찌 보면 고령이지만, 그는 오히려 "음악을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음악으로 증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음악을 훨씬 더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젊은 감각과 도전정신은 녹슬지 않았다.
이번 리사이틀 레퍼토리로 스크리아빈 24개 독주곡과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1번을 준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스크리아빈은 초연 당시 '천마가 돼 하늘을 나는 것과 같다'는 극찬과 '따분하고 지루한 별난 음악'이라는 혹평을 동시에 받은 까다로운 곡이다.
백건우는 젊은 시절부터 러시아 작품에 깊이 파고들긴 했지만, 그가 러시안 독주 레퍼토리로 국내 관객과 만나는 적은 거의 없었다.
1991년 프랑스 단테 레이블과 스크리아빈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8장의 앨범으로 녹음하기도 한 백건우는 러시아 음악을 "인간적, 서민적이고 조형적이지 않은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스크리아빈은 자기 세계가 뚜렷한 작곡가이고 후기뿐 아니라 초기 작품도 연주할수록 좋은 곡"이라면서 "이 곡을 꼭 한국에서 연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음악과 함께하며 스크리아빈, 라흐마니노프는 물론 라벨, 프로코피예프, 리스트, 멘델스존 등을 두루 섭렵한 백건우지만, 그의 음악적 목마름은 여전했다.
백건우는 "피아노의 레퍼토리는 무한하다"며 "나이에 맞는 좋은 작품은 너무나 많고 그 곡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에 연주했던 곡이라고 해서 절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금도 계속 연습하는 이유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꾸 떠오르고 아직도 내 연주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별칭답게 백건우는 최근 '포장된 음악'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피아니스트, 음악가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악기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속일 수 없습니다. 좋은 음악을 하려면 진실성이 있어야 하고 진심으로 음악으로 파고들어 진실한 메시지를 전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공연은 17일 천안예술의 전당, 18일 구리아트홀, 19일 군포시문화예술회관, 22일 예술의 전당, 23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5만∼13만원. 문의 ☎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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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