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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악천후 항행 선박 모니터링만 제대로 했더라면

(서울=연합뉴스) 10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낚싯배 돌고래호의 사고 원인은 여럿 있을 것이다. 악천후 속에서의 무모한 항해와 안전규칙을 어긴 탑승자 등의 '안전 불감증'은 큰 문제다. 하지만 해경이 초기에 사고 현장에 접근해 구조활동을 벌였더라면 대형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선박 관제의 허점과 초동 대처 부실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등의 발표를 보면 돌고래호와 함께 뱃길에 오른 돌고래 1호 선장이 처음 사고 신고를 한 후 해경 안전본부 상황실로 공식 접수되기까지는 23분이 걸렸다고 한다. 통신두절이나 실종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귀중한 시간을 흘려버린 셈이다. 그 와중에 승선원 명부에 이름이 올랐지만 실제 탑승하지 않았던 한 낚시꾼의 거짓말은 혼선을 가중시켰다. 또 바람과 조류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해경의 오판까지 겹치면서 해경과 해군의 구조선은 11시간 동안 선박과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이미 파도에 휩쓸린 배가 사고 현장을 멀리 벗어나 버린 탓이다. 그 사이 전복된 배 위에서 밤새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어두운 바다 속으로 사라져 갔다.

구조 지연도 문제지만 악천후의 해상 안전 모니터링 기능이 실종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 일선 해경은 고속도로 상의 하이패스와 같은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로 선박 이동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전자 해도에 배의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선박이 몇 노트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돌고래호 선장 김씨는 배가 전복된 후 승객들에게 "해경이 금방 구조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사고 직후 배에 설치된 V-PASS의 조난신고버튼을 눌렀거나, 누르지 않았다고 해도 배의 V-PASS가 끊겼으니 당국이 이를 감지하고 곧 수색에 나설 것임을 믿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돌고래호의 V-PASS가 5일 오후 7시 38~40분에 끊겼는데도 돌고래1호 선장이 추자안전센터로 신고를 하기까지 해경 추자센터나 어선 등록지인 완도해경 땅끝출장소 어디에서도 돌고래호를 모니터링한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20명이 넘는 인원이 탄 선박이 그 악천후에 출항을 했는데도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발족한 국민안전처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육상에서는 30분 이내, 바다에서는 1시간 이내에 특수 구조대가 재난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2017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보면서 시스템을 보강하고 구축하면 1시간 내 현장 도착이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모니터링과 같은 기본적인 매뉴얼 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기계를 갖다 놓은들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문제는 시스템상으로나 도상훈련으로는 충분히 구조가 가능한 데도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그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책이 선행되지 않는한 해상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초동대처 부실 논란은 계속될 것이며 정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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