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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시비 송사 6년…드러난 공권력 행사의 '그늘'
공권력 도전 엄단방침 부작용 우려…"국민 기본권 보호도 경찰의 역할"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이대희 기자 = 경찰관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거부하거나 경찰관에게 모욕을 주고 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엄하게 다스리는 것은 공권력의 권위를 세우는 데 필요한 조처다.
하지만 음주 단속하는 경찰관의 팔을 비튼 혐의로 기소돼 6년간 법정 공방 끝에 무죄가 난 충북 충주의 박모(53)씨 사례에서 보듯 자칫 공권력이 남용되면 한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공권력 남용 우려는 경찰청이 2013년 8월 공권력 도전행위에 엄정 대응방침을 천명한 이후 더욱 커졌다.
당시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들이 파출소에서 집기를 부수거나 바닥에 침을 뱉고 행패를 부리는 등의 소란·난동 행위가 잇따르자 경찰서에서의 소란·난동행위에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때마침 그해 3월 경범죄처벌법에 '관공서에서의 주취 소란'을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경찰은 특히 상습적으로 공무집행방해를 하거나 경찰관에 상해를 입히면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관에게 욕설하는 등 경찰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모욕행위에 대해 모욕죄를 적용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인원수가 2013년 1만3천407명에서 지난해 1만5천142명으로 12.9% 증가했고, 경찰관 모욕죄로 처벌받은 건수도 2013년 1천38건에서 지난해 1천397건으로 35%나 늘었다.
경찰의 강력 대응 방침은 곧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경찰관 모욕죄의 현행범 체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다.
경찰의 권위적인 태도 등으로 시비가 생겨 민원인, 피신고자, 범죄 혐의자가 경찰관에 욕설하면 모욕죄 혐의로 현행범 체포를 하는 관행이 생겨난 것이다.
예컨대 부부싸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똑바로 살아라'라고 한 말에 남편이 흥분해 욕설하자 경찰관 4명이 해당 남편을 제압, 체포한 사례도 있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로 경찰관 모욕죄 피의자가 상해를 입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경찰관 모욕죄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개연성에 우려를 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충북 충주의 박씨와 '악연'을 맺은 경찰관 박모 경사도 공권력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소지가 적지 않다.
박씨는 2009년 6월 27일 음주단속을 벌이던 박 경사와 시비가 붙는 과정에서 박 경사의 팔을 비튼 혐의로 기소됐다.
아내가 법원에서 남편 박씨의 결백을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박씨는 아내의 재판에서 자신의 폭행을 부인했다가 자신도 위증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박 경사는 박씨가 음주단속 과정에서 자신의 팔을 비틀었다고 주장했으나 박씨의 위증 사건을 심리한 청주지법 제1형사부는 박 경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 동영상의 판독 결과를 토대로 "박씨가 박 경사의 팔을 잡아 비틀거나 한 일이 없음에도 박 경사가 그와 같은 폭행을 당한 것인 양 행동한 것으로 볼 여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당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는데, 박 경사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이례적으로 많이 적용한 전례를 보면 박 경사의 '할리우드 액션'이 의도된 행위가 아니었나 의심해 볼만하기도 하다.
박씨 변호인의 전언에 따르면 박 경사는 자신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건수가 한 달에 6~7회가량 된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바 있다.
박씨는 6년에 걸친 송사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가구점 운영주에서 공사장 막노동꾼으로 전락하게 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이 기본권이 잘 발현되도록 보호하는 것도 경찰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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