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주머니 옆구리 찬' 말기암 환자, 투병중 석사학위 취득
박동원씨, 방사선 안전관리 분야 경험 살려 원전논문 써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희망도 꿈도 해야 할 일도 없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로 생각하며 학업에 매진했습니다"
말기암 환자가 투병 중에 석사 학위를 받게 돼 감동을 주고 있다.
21일 경북대 학위수여식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 박동원(59)씨는 15년 가까이 방사선 안전관리 관련 분야에서 근무하다 2012년 위암을 발견했다.
말기 위암 선고를 받았지만, 그는 인생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이듬해 3월 경북대 대학원 에너지공학부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박씨는 "학부에서 국사학을 전공했지만, 방사선 안전관리 분야에 근무한 경험을 살려 박사학위를 따고 싶었다"며 "투병 중 학업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직장에서 쌓은 지식과 관련된 학문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두 차례의 큰 수술과 여러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지만, 학업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고리원전 3호기 Xenon(제논)-135 거동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지난해 9월 첫 수술을 받기 전까지 투병 사실을 지도교수와 석사과정 동기들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박씨는 성실히 학업에 임했다.
입원환자의 팔목에 채우는 표식을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이라 말할 만큼 그는 매사에 긍정적이었다.
수술 후 피 주머니를 옆구리에 찬 채 병원의 외출 허가를 받아 수업에 참석했고, 학기 말 50분간의 영어 과제 발표도 지팡이에 의지하면서까지 열정적으로 해냈다.
그는 오는 10월 경북대 박사과정에 진학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저에게 지원을 약속한 일본 도쿄대에서 원자력 폐로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며 "제 연구가 원자력 안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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