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위령제
65주기 위령제...명예회복 진혼비도 제막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억울하게 희생된 이백쉰둘 영혼들이시여! 제단 앞에 향을 사르고 엎드려 간청하오니 자손들의 정성을 헤아려 한 맺힌 노여움을 푸시고 부디 강림하시어 흠향하시옵소서!"
'예비검속 섯알오름 희생자 영령 제65주기 합동위령제'가 20일 오전 10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 학살터에서 열렸다.
섯알오름 집단학살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예비검속 과정에서 연행됐던 344명 가운데 252명이 2차례에 걸쳐 당시 남제주군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에 있는 옛 일본군 탄약고 터에서 계엄군에 의해 학살, 암매장된 사건이다.
백조일손유족회와 만벵디유족회, 섯알오름사건행불유족회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후원한 이 위령제에는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과 현을생 서귀포 시장, 이문교 4.3평화재단 이사장, 희생자 유족 등 400여명이 참석해 헌화, 분향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위령제 1부에서는 명예회복 진혼비가 제막됐다.
섯알오름 학살 희생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한 65년간의 긴 투쟁 끝에 2015년 6월 24일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얻어냈다.
유족들은 이 판결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졌다고 보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의 후원과 도민의 뜻을 모아 명예회복 진혼비를 건립하게 됐다.
이도식 백조일손유족회장 겸 봉행위원장은 주제사를 통해 "유족들은 고통스럽게 살아왔던 한많은 일생의 막바지에서나마 국가를 상대로 싸워, 지난 6월 24일 님들의 죽음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죽음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며 "오늘 이 위령제가 끝나면 마음 한가운데 응어리진 큰 원한덩어리를 모두 털어내자"고 했다.
그는 또 "학살터를 잘 보존하고, 널리 알려 이땅에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없게끔 하는 것이 유족들의 남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구성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은 추도사에서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예비검속 사건을 '국가에 의한 불법 집단 학살'로 규정하면서 명예는 회복됐지만, 최근 배상 판결이 나며 비로소 완전한 문제 해결의 기틀이 마련됐다"며 "칠월칠석을 맞아 꿈속에서나마 원혼들과 유족들이 만나 그간의 한을 풀어 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을생 서귀포 시장은 추도사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4·3 흔들기를 차단하고, 질곡의 역사를 올바르게 정립하는데 함께 나서야 할 것"이라고 살아남은 이들의 과제를 강조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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