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거장 박대성 화백 "처음에 내놓기로 했으니까…"
21일 개관 경주솔거미술관에 그림·소장품 830점 기증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처음에 기증하기로 했으니 그대로 다 했을 뿐입니다."
경북 경주에 터를 잡고 활동하는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70) 화백은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경주솔거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밝혔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박 화백의 작품과 소장품 830점을 기증받아 21일 미술관 문을 연다.
솔거미술관은 박 화백 전시관과 기획전시관으로 구성된다.
애초 경주시는 작품을 기증하는 박 화백 이름을 따서 경주시립박대성미술관으로 명칭을 붙이기로 했다.
그러나 경주지역 미술인이 반발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박 화백은 한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으나, 마음을 바꿔 애초 약속한 600여점보다 더 많은 작품을 기증했다.
마음을 바꾼 계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미술관 이름이 바뀌어 작품 기증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처음에 기증하기로 한 만큼 (경주시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줬다"고 설명했다.
청도 출신인 그는 제도권 교육 대신 독학으로 한국화를 배웠다.
전통 기법과 소재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호평을 얻었다.
그는 "건방진 얘기일지 모르지만, 독학으로 열심히 앞만 보며 걸어왔다"고 말했다.
1979년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받았고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일본, 독일, 프랑스, 터키, 미국, 중국에서 개인전을 열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라리오미술관, 청와대, 호암미술관, 휴스턴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에 기증한 작품과 소장품은 돈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는 1999년 경주 남산에 둥지를 튼 이후 경주의 문화유적과 자연을 많이 그렸다.
그는 "고도의 유적이 많고 전통이 살아 있으니 작품활동 하기에 좋다"고 경주에 자리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6·25전쟁 직전인 네살 무렵 청도 일대에서 활동하던 빨치산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자신도 왼쪽 팔을 잃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그를 장애인 화가가 아닌 한국화의 대가로 기억한다.
그는 "여섯 살 쯤 집안 제사 때 사용한 병풍을 보고 그린 게 그림을 시작한 단초였다"며 "형과 친척이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한 한마디가 오늘날까지 붓을 잡은 이유다"고 털어놓았다.
박 화백은 "서구문화가 퍼지다가 보니 전래 미술이 다 사라졌는데 용하게 그것을 끌고 온 데 대한 자부심이 있다"며 "어제도 자정까지 작품을 그려서 마감했는데 앞으로도 작품 활동에 정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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