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영희 기자 = 부산에서 창업해 존속하는 기업으로는 가장 오래된 대선주조가 25일로 창립 85돌을 맞는다.
한때 부산 소주 시장의 90%까지 장악했지만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사태 때 부도를 내고 이후 푸르밀 신준호 회장의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여 지역 애주가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대선주조는 2011년 BN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아들이고 '실지 회복'에 나서고 있다.
창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24일 동래구 사직동 대선주조 본사에서 만난 박진배 대표이사는 "앞으로 순한 소주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주류업체들도 이에 맞춰 계속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제품들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진배 대선주조 대표이사
그는 "대선주조는 처음으로 23도짜리 소주를 내놓고, 스크루식 병마개를 채택했으며, 인공감미료 대신에 천연감미료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우리나라 소주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며 "눈앞의 점유율에 너무 매달리지 않고 좋은 제품으로 승부하다 보면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 대선주조 설립 배경은.
▲ 일제강점기인 1930년에 조선 최고의 주류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대조선(大朝鮮)을 줄인 대선(大鮮)양조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처음엔 증류식 소주를 생산했고, 주정도 같이 만들었다. 광복을 전후해 '다이야'라는 브랜드로 소주를 생산했고 광복 후에는 소주 외에 청주, 위스키, 맥주 등 다양한 술을 생산하는 종합주류회사로 성장했다. 1965년부터 정부의 정책에 따라 증류식 대신에 희석식 소주를 만들면서 '대선'이라는 상표를 달았다. 1968년에 대선주조로 사명을 바꿨다.
1974년에는 정부의 '1도 1사' 통폐합 정책으로 부산 유일의 소주업체가 됐고, 1996년에는 지금도 사용하는 시원(C1) 브랜드를 내세워 한때 90%가 넘는 시장점유율 기록하기도 했다.
1930년 대선주조 모습
-- 1997년 부도 후에 경영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점유율이 급락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 당시 무리한 사업다각화의 여파로 부도를 내고, 이듬해 8월 법원의 화의인가로 정상화를 모색하던 중에 2002년 경쟁업체인 무학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 또 한차례 시련을 겪었다. 2년 가까이 무학과 경영권을 둘러싼 소송까지 벌였으나 2004년에 결국 신준호 푸르밀(당시 롯데햄·우유) 회장이 인수했고, 2007년에는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이 막대한 차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먹튀 논란'이 벌어졌고 분노한 시민의 불매운동 등으로 판매량과 점유율이 급락했다.
2011년에 부산의 비엔그룹이 인수해 새 제품을 내는 등 노력했으나 2013년에는 27%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18도짜리 '시원블루'를 시작으로 신제품들이 호응을 받으면서 지금은 30% 중반까지 상승했다.
-- 점유율 회복을 위한 전략은.
▲ 시장점유율은 '후행지수'라고 본다. 소비자의 선택에 변화가 생기고 그것이 점유율에 반영된다. 그래서 눈앞의 점유율에 너무 매달리지 않으려 한다. 점유율 높이기에 집착하면 결국 과당경쟁을 하게 되고 회사와 소비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좋은 제품을 계속 만들어 나가면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시원블루와 시원블루 로즈 등 최근에 내놓은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아주 좋다. 머지않아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다양한 시도로 국내 소주 발전을 이끌었다고 말했는데.
▲ 우리 회사가 가진 '최초' 기록이 많다. 1982년에 손으로 돌려서 열 수 있는 스크루식 병마개를 처음 도입했고, 1996년에는 25도 일색이던 소주 시장에 처음으로 23도짜리 시원을 내놓아 저도주 바람을 일으켰다. 그 외에도 아스파라긴산 첨가(1996년), 천연 감미료 스테비오사이드 첨가(1999년), 자일리톨 첨가(2005년), 음향진동 숙성공법 도입(2006년), 천연 감미료 토마틴 첨가(2012년), 나노버블링 공법(2012년), 원적외선 숙성공법 도입(2014년) 등이 있다. 스크루 병마개와 천연감미료 첨가 등은 다른 업체들이 뒤따라 도입했다.
시기별로 본 대선주조의 제품들
-- 부산에서 시작된 '순한 소주' 전쟁이 어디까지 갈 것으로 보나.
▲ 경남 업체인 무학이 16.9도짜리 좋은데이를 앞세워 부산을 공략하고 우리도 같은 도수 제품을 내고 치열한 마케팅을 벌이면서 이른바 '순한 소주 전쟁'이 벌어졌다. 그 여파로 전국의 소주업체들이 잇따라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이제는 순한 소주가 대세가 됐다. 특히 최근에는 리큐르라고 불리는 과일향 소주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 회사도 주력제품인 18도짜리 시원블루를 17.5도로 낮출 예정이고, 신제품인 15.8도짜리 시원블루 로즈와 14도짜리 리큐르인 시원블루 로즈 자몽의 인기가 아주 높다.
일본 사례를 보면 지난 20년간 맥주소비는 급감하고 리큐르 제품이 급성장했다. 우리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리큐르 제품은 탄산과즙에 알코올 5%정도를 섞은 음료수 비슷한 제품까지 등장할 것으로 본다.
-- 알코올 함량이 낮으면 소주 고유의 맛을 잃을 수 있지 않나.
▲ 그렇다. 우리 회사의 연구결과도 그렇고 많은 전문가가 생각하는 소주의 알코올 하한선은 16도 정도이다. 그보다 더 많이 내려가면 술맛보다는 단맛 등이 더 강하게 느껴져 소주 고유의 깔끔함을 지키기 어렵다고 본다. 지금 각사가 순한 소주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16도 안팎에서 마지노선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 젊은 층에 인기 높은 리큐르 제품의 성장 가능성은.
▲ 요즘 대학가에서는 리큐르만 찾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리큐르 제품이 당분간 계속 성장하겠지만 결국은 전체 술 시장의 5∼10%를 차지하는 선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는 절대로 작은 비중이 아니다. 소주회사들이 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 사랑받는 향토기업으로서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도 크지 않나.
▲ 당연하다. 85년 동안이나 시민과 함께해온 기업인 만큼 그에 걸맞은 공헌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부산대 설립 당시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정문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2005년 12월에 부산 최초의 공익재단이 시원공익재단을 만들어 40억원을 출연했고 해마다 운영비 수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사회복지사들을 매년 20~30명 선발해 해외연수를 보내고 있다. 또 어린이재단과 함께 취약계층 어린이 공부방과 식당을 운영하고 도시락 배달사업도 하고 있다. 앞으로 회사 형편이 좋아지면 더 많은 이바지를 하고자 한다. 한동안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 회사의 미래발전 전략을 소개한다면.
▲ 좁은 국내보다 거대한 중국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2012년부터 중국에 수출한 시원 프리미엄 제품이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술에도 한류의 영향이 미친 것이다. 월 1만2천병가량 수출하고 있다. 국내서 인기 좋은 자몽 리큐르도 이달 말께 처음 중국 수출길에 오른다. 사전 조사에서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국인들도 점차 순한 술을 찾고 있어 우리 소주가 경쟁력 있다고 본다. 제값 받고 팔 것이다.
국내 시장을 위한 새로운 제품들도 계속 개발하고 있다.
lyh9502@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