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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픈> 닉 팔도·톰 왓슨, 아름다운 고별 "안녕! 디오픈"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닉 팔도(58·잉글랜드)와 톰 왓슨(66·미국)이 17일(현지시간)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공식 대회명 디 오픈)에 이별을 고했다.
PGA닷컴과 외신에 따르면, 메이저 대회에서 6번 우승한 팔도와 디오픈에서만 5차례 정상에 오른 왓슨은 이날 특별한 이벤트와 배려 속에서 뜻깊은 고별식을 치렀다.
팔도는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코스(파72·7천297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하고 검정과 회색 다이아몬드가 배열된 노란색의 캐시미어 스웨터를 꺼내 입었다.
1987년 그가 처음으로 디오픈에 정상에 올라 '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릴 때 입었던 옷이다.
그러고는 세인트 앤드루스를 상징하는 다리인 '스윌컨 브리지'로 위로 걸어 올라가 갤러리의 박수갈채와 사진기자들의 플래시를 한몸에 받으며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팔도는 그의 아들이자 임시 캐디인 매튜, 그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리키 파울러(미국)를 불러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는 18번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쳤다. 팔도는 이날 1언더파 71타로 선전했지만, 전날 11오버파 83타로 부진한 바람에 컷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경기를 마치고 팔도는 촉촉하게 젖은 눈빛으로 "나쁘지 않았죠?"라며 "17번홀에서는 좋았다. 아주 특별했다"고 말했다.
팔도의 17번홀(파4) 첫 번째 샷은 러프에 빠졌고, 두 번째 샷은 그린 경계에 떨어졌으나 세 번째 샷이 극적으로 홀에 들어가면서 버디가 됐다.
그는 이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무지개가 떠오른 하늘을 바라봤다.
당시를 떠올리며 팔도는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의 신께 '감사하다'고 외쳤다"며 "이곳에서 버디를 잡은 것은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디오픈에 37차례 출전해 3번 우승을 차지한 팔도는 1987년과 1992년 뮤어필드에서 우승했고, 세인트앤드루스에서는 1990년 한 번 정상에 올랐다. 그는 또 다른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대회에서도 1989년, 1990년, 1996년 3차례 우승했다.
팔도 보다 4시간가량 늦게 2라운드를 시작한 왓슨은 하마터면 고별 세리머니를 펼치기는커녕 경기를 마무리하지도 못할 뻔했다.
이날 경기는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려 3시간 이상 늦게 시작했고, 결국은 일몰 중단됐다.
왓슨과 어니 엘스(남아공), 브렌트 스네데커(미국)가 속한 조가 17번홀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어둑해지고 날씨까지 추워진 상태였다.
엘스는 17번홀에서 디오픈을 주최하는 R&A로부터 경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엘스는 R&A 측에 "이 조에는 '전설'이 있다"며 "아무도 다음날 새벽 6시 30분에 이곳에 다시 와서 고별 경기를 하는 걸 원치 않는다. 이것은 챔피언을 배웅하는 일"이라며 남은 2개 홀을 마저 돌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경기는 계속됐다.
왓슨은 18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스윌컨 브리지에 올라 엘스와 스네데커, 그들의 캐디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왓슨의 캐디는 그의 아들인 마이클이다.
이후 왓슨은 혼자 다리 위에서 모자를 벗어 흔들고 갤러리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 보며 손뼉을 쳤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에 경기장에 갤러리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왓슨이 고별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팬들은 식당과 펍에 있다가 다시 밖으로 나와 왓슨의 마지막 퍼트를 지켜봤다.
왓슨은 이날 보기만 8개 적어내며 8오버파 80타를 쳤고, 중간합계 12오버파 156타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는 "눈물을 흘릴 필요는 없다"며 "정말 굉장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왓슨은 디오픈에 38번 참가했으며, 1975년부터 1983년 사이에 5번이나 이 대회를 제패했다. 2009년 60세 나이에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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