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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타향살이하는 그 심정…시로, 소설로 엮어냈죠"

    문화 | 03-31 08:12

    "타향살이하는 그 심정…시로, 소설로 엮어냈죠"
    문예 계간지 '문학의식' 100호 펴낸 안혜숙 대표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타향살이에 지친 동포들은 하고픈 말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래서 소설가나 시인을 꿈꾸는 동포도 많은 거겠죠. 한글이 낯선 탓에 문학성이 좀 부족할지도 몰라요. 그럴수록 등단 기회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명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28년 동안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온 문학 계간지가 있다.
    '문학의식'은 이달 2015년 봄호를 펴내면서 통권 100호 발간을 기록했다.
    누구 손에서 나왔을까.
    '문학의식' 발행인이자 세계한인작가연합 대표인 안혜숙(65) 씨는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막상 100호를 손에 들고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문학의식'은 1988년 '문학과 의식'으로 창간한 뒤 1997년 안 대표 손으로 넘어왔다. 2013년에 '문학의식'으로 제호를 바꿨다.
    "제겐 친정 같은 문예지라 덥석 인수했어요. 1989년 이 문예지에서 신인상을 받고 소설가로 등단했거든요. 그땐 계간지를 펴낸다는 사명감도 있었고, 출판계가 호황이기도 했죠.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고생길이 열리더라고요. 28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어느새 100호까지 왔네요."
    시, 소설, 수필, 평론 등을 아우른 '문학의식'은 한때 발행 부수가 2만 부에 달할 정도로 '호시절'도 있었지만 출판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요즘은 3천 부가량으로 줄었다. 문인들에게 원고료를 제때 주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발간을 멈추지 않은 이유는 뭘까.
    "폐간하려고 마음먹은 적이야 많죠. 10년 전에는 관공서를 찾아가서 폐간 신청을 한 적도 있어요. 그랬다가 바로 이튿날 신청을 철회했죠. 밤새 잠이 안오더라고요. 밀려 있는 원고가 머릿속을 맴돌아서…. 이 정도면 중독인 거죠?(웃음)"
    안 대표는 높은 벽에 부닥칠수록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2008년 세계한인작가연합(당시 세계한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를 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예지가 길게 가려면 세계적인 잡지로 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해외에 우리 시와 소설을 알리고, 동포 작가들도 발굴하는 거죠. 바다 건너 타향살이하는 애환이 얼마나 구구절절하겠어요? 소설 한 편, 시 한 수에 담아내도록 등용문을 넓혀주는거죠."
    그 덕택에 지금까지 20여 명의 재외동포가 '문학의식'을 통해 소설가나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난해에는 재외동포 2세 중에서도 첫 등단 시인이 나왔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30대 청년이 한글로 시를 써서 '2014 문학의식 문학상'에서 신인상을 받았죠. 동포 2세가 '문학의식'에서 등단한 건 처음입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2세들도 부모의 나라에 점점 관심이 많아진다고 봐요. 문학이 이들을 고국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도 바다 건너온 동포들의 원고에 대해 애정 어린 조언을 잊지 않았다.
    "엄격하게 따져보자면 문학적인 완성도가 부족한 글이 적지 않죠. 한글이 익숙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에게 글을 쓸 기회를 넓혀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동포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문학성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그간 '문학의식'을 구독하는 해외 독자는 미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등 10여 개국으로 확산했다. '문학의식'에 실리는 글의 3분의 1을 동포들의 작품으로 채우는 게 안 대표의 목표다.
    그는 최근 열린 '문학의식' 100호 발간 기념행사에서 문학계 인사들을 앞에 두고 덜컥 200호까지 발간하겠다는 약속을 해버렸다고 한다.
    "사서 고생이긴 해요. 투고가 점점 줄어들고, 그럴수록 좋은 글을 찾는 것도 힘들죠. 계간지로서 재정적 건전성을 지키는 것도 필수고, 훌륭한 심사위원을 위촉하는 것도 중요하고…. 하지만 문예지를 펴내는 데 거창한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이제 와 돌이켜보면 제가 재밌고 즐거워서 한 일이더라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해볼 생각입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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