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소법원 "무슬림 반발 산 영화 삭제 강요 부당"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무슬림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 단편영화를 구글이 비디오 서비스 유튜브에서 삭제토록 강요한 조치가 부당하다는 미국 연방 항소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는 개인의 안전, 표현의 자유, 저작권의 한계 등 여러 가지 법적 쟁점이 얽혀 있으며, 미국과 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국 제9구역 연방항소법원 전원합의부는 '신디 리 가르시아 대 구글 등' 사건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고 관련 판결문과 결정문을 공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튜브에 올라온 '순진한 무슬림'(The Innocence of Muslims)이라는 단편영화를 구글이 삭제하도록 강요할 권리가 원고 가르시아에게 없다고 판단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제작돼 2012년 6월에 공개된 약 14분 길이의 유튜브 동영상으로, 이슬람권에서는 이슬람교를 모욕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한 무슬림들의 분노는 이집트 카이로와 리비아 벵가지에서 2012년 9월 11일 발생한 미국 대사관 습격 사건에도 영향을 줬다.
이 영화 제작자는 원고 가르시아가 출연한 다른 영화의 5초짜리 장면을 가져온 후 더빙으로 대사를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꿔서 영화에 사용했다.
가르시아가 "너의 무함마드가 아동 추행범이냐?"라고 말한 것처럼 오해가 널리 퍼졌고, 이 때문에 전 세계 곳곳의 무슬림들이 가르시아를 비난했으며 일부는 그를 살해하겠다는 위협도 했다.
그러자 가르시아는 이 동영상을 내려 달라고 구글에 요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그 근거로 저작권을 들었다.
본인이 '데저트 워리어'라는 다른 영화를 위해 촬영한 영상을 '순진한 무슬림' 제작자가 함부로 가져다가 원래 영화와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왜곡해 사용한 것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이므로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 가르시아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방법원은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작년 2월 하순 제9구역 연방항소법원의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작년 2월 하순 "가르시아가 출연한 부분을 삭제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명령을 내려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이번에 나온 전원합의부 판결과 결정으로 작년 2월에 3인 재판부가 내린 가처분 명령은 무효가 됐다.
전원합의부에서 이번 사건을 심리한 항소법원 판사 11명 중 9명이 다수의견을, 1명이 별개의견을, 나머지 1명이 반대의견을 내놨다. 반대의견을 내놓은 1명은 작년 2월 당시 재판장이었다.
전원합의부는 판결문에서 "이번 사건에서는 개인을 보호해 달라고 요구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요청과 저작권법의 한계, 표현의 자유에 관한 근본 원리들이 중첩되고 있다"고 사건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전원합의부는 가르시아가 주장하는 바를 받아들인다면 "의상 디자이너로부터 엑스트라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조각조각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며 검열을 정당화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구글이 가르시아가 나오는 장면이 들어간 동영상을 삭제해야 한다는 작년 2월의 가처분 명령이 무효화됨에 따라 구글은 '순진한 무슬림'을 다시 유튜브에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구글이 이를 다시 유튜브에 올릴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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