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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아베 총리의 매우 '특별한' 7박8일 방미

(서울=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매우 특별한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다음 달 2일까지 7박 8일 동안의 방미 일정을 통해 아베 총리는 일본이 전후 70년을 기점으로 과거 전범국의 굴레를 벗고 국제사회의 새로운 강자로 도약할 것임을 만방에 알릴 것이라고 한다. 세계 3위 경제대국에 걸맞은 외교·군사력을 갖춰나갈 것임을 선언하는 장으로 이번 방미를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우선 27일 미일 양국은 뉴욕에서 외교·국방 장관 연석회의를 열어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전범국으로서 일정부분 제한받았던 일본의 군사적 역량이 미군 지원을 명목으로 대폭 확대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어 28일 열리는 아베 총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고 한다. 환태평양 국가들로 경제 공동체를 꾸려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에 아베 총리가 적극적으로 협조함으로써 미일 간 신밀월의 시대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29일에는 일본 총리로는 사상 처음으로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있을 예정이다. 그는 연설에서 2차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을 거론하면서 미국으로부터 과거사 면죄부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번 아베 총리의 방미가 예사로운 양국 간 정상외교의 차원을 넘어 동북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에도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먼저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보장하게 될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말미암아 한반도 주변에서의 일본의 군사 활동은 더 첨예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회의에서 일본은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방위협력지침의 내용과 문구의 해석 여하에 따라 이 문제는 한일간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또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미국 주도의 TPP 간 경쟁은 한국을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의 형국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미일 간 신밀월시대의 개막과 함께 최근 시진핑-아베 회담 이후 중일 관계 개선 기류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우리 외교에는 딜레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의 한국 무시 전략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우리는 일본을 낮춰 보고 식민통치로 인한 역사적 반감도 크다. 일본 역시 한국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의 과거사 직시 요구를 무시하는 아베 정권의 속내에는 '한국과 일본은 급이 다르다'는 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고 군사 외교적으로도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 있는 자신들과 중견국 지위쯤을 가진 한국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기류가 일본 정부 내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아베 방미를 통해 더욱 격상된 지위를 갖게 됐다고 판단하는 일본으로서는 한국을 한 수 밑으로 얕잡아 보는 자세를 노골화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우리 정부의 과거사 반성 요구가 미국의 외면과 일본의 무시 속에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게 된다면 우리 외교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일 간 갈등이 지속하거나 증폭돼 양국 간 불신과 긴장이 고조된다면 이는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유리할 것이 전혀 없다. 또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일본의 국제적 지위를 격상시키기 위한 아베 총리의 이번 '특별한 방미'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동북아의 과거사 갈등은 정리돼야 한다. 이번 아베 총리의 방미는 이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특히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릴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그가 한국의 위안부 문제 등을 솔직히 사과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세계는 일본이 말하는 평화를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강대국 일본이 아베 총리가 바라는 진정한 일본의 지위 격상이 아니겠는가. 우리 정부도 일본의 적극적 외교 공세와 세력 확장에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일본이 그럴수록 더욱 분발해 국제사회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안으로는 국론을 결집해 나가는 것이 일본의 무시와 위협을 이겨낼 방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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