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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고국에 묻어달라' 안중근 의사 유언…뼈저린 광복 70년

    | 03-25 15:24

    '고국에 묻어달라' 안중근 의사 유언…뼈저린 광복 70년
    유해 발굴 협력 지지부진…"가까워진 한중관계도 한계 드러내"

    (다롄=연합뉴스) 신민재 특파원 =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나라가 주권을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안중근 의사 유언)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일제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뤼순(旅順) 감옥에서 안중근 의사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안 의사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역에서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하고 현장에서 체포된 뒤 꼭 5개월 만이었다.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이 소장한 사형보고서는 "당일 오전 10시 20분 안중근의 시신을 특별히 감옥에서 제작한 침관(寢棺)에 넣고 흰천으로 덮어 교회당으로 운구한 뒤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등 공범 3명을 끌어내 예배하게 하고 오후 1시 감옥 묘지에 매장했다"고 적고 있다.
    이후 안 의사가 순국한 지 105년, 나라를 되찾은 지 7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국권을 회복하거든 고국에 뼈를 묻어달라'는 안 의사의 유언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치 지도자에서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빚이기도 하다.
    뤼순 감옥에서 안 의사를 처형한 일제는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지 않았고 아직도 유해가 어디에 묻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중국, 러시아 측에 안 의사 관련 자료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받은 자료에서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2005~2007년에는 여러 차례 남북한 실무접촉과 남북공동조사단의 뤼순 현지 조사가 있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2008년에는 뤼순 감옥 북쪽의 야산 어딘가에 안 의사 유해를 묻었다는 당시 일제 간수들의 증언에 따라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현지에서 1개월가량 유해 발굴을 시도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뤼순 감옥 주변은 20층 이상의 고층 건물들이 다수 들어선 시가지로 변모하고 있어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는 안 의사의 유해가 뤼순 감옥 뒷산에 묻혔다는 주장과 감옥 동쪽에 있을 것이라는 주장, 이미 화장돼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등 갖가지 '설'만이 분분한 상태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안 의사 유해 발굴과 관련한 자료를 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일본 측은 추가적인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고 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뤼순 감옥 공공묘지에 안 의사가 매장됐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중국 측에 지표투과레이더(GPR) 조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25일 "지난해 한국의 국가보훈처 관계자들이 베이징(北京)과 다롄(大連) 등지를 직접 방문해 GPR 조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으나 중국 중앙과 지방정부 모두가 난색을 보였고 여전히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문제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한국의 참여문제 등 최근 한중 간에 미묘한 현안이 불거지기 전에도 중국의 태도가 미온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GPR 조사에 대한 협조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냉전시대 이후 가장 친밀하다는 평가를 받는 현재의 한중관계에 속에서도 중국이 안 의사 유해 발굴을 돕는 데 소극적인 인상을 주는 이유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과 뤼순 일대가 중국의 중요한 군사보호지역이라는 점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 의사는 황해도 해주에서 출신으로, 북한도 그동안 안 의사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유해 발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중국 입장에선 우리 정부 단독으로 추진하는 유해 발굴 협조 요청에 여러 차례 선뜻 응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중국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군사시설 안전을 국익과 관련된 불가침의 영역으로 보는 상황에서 중요 군사기지가 있는 뤼순 일대에 지표투과레이더 등 외국의 첨단장비 사용을 허용하는 게 객관적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다.
    안 의사 유해 발굴 문제를 연구해온 동포학자 등 현지 관계자들은 우리 당국의 태도에도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재중동포 학자인 다롄대 유병호 교수는 "해마다 안 의사 순국일과 의거일에만 한국에서 뤼순을 찾아와 추모행사를 치르고 다른 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볼 수 없다"면서 "한국의 공무원이나 정치인들도 평소에 관심을 두고 추진해야지 일 년에 한두 번 찾아와 일회성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사의 뜻을 기리는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재중동포인 다롄안중근연구회 박용근 회장은 "비록 지표투과레이더 조사를 해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한중관계가 좋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올해 중국의 항일전쟁승리 70주년에 맞춰 한국 정부도 안 의사 유해 발굴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안타까운 세월이 지날수록 우리 후손들이 안 의사의 유언을 지킬 수 있는 희망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sm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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