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5 기상청GO

사건/사고 | 08-13 15:34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모텔에 이른바 '셀프 감금'시키고, 나체 사진으로 성착취물까지 만들어 67억 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잡혔다.
조직은 태국 방콕에 거점을 두고 1선, 2선, 3선으로 치밀하게 역할을 나눠 범행했다. 먼저 검찰 수사관을 가장한 1선 조직원이 성명,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직원은 "당신의 은행 계좌가 범죄자금 세탁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검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도록 유도한 뒤, 위조된 범죄자금 단속 통보서와 구속영장을 제시하며 협박했다.
이에 피해자가 속아 넘어가면 2선 조직원이 검사로 등장해 "약식 조사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를 인근 모텔에 들어가도록 했다. 외부와 접촉을 차단시켜 통제 아래 두는 '셀프 감금' 수법이었다. 이어 위조된 보호관찰서와 신체검사서를 보내, "구속 전 임시 보호관찰 절차"라며 옷을 모두 벗고 휴대폰으로 신체를 촬영해 전송하라고 요구했다.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3선 조직원은 최종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면 공탁금을 내야 한다"고 속였다. 처음에는 수백만 원 수준을 요구하다 점차 액수를 키웠고, 피해자가 송금을 거부하면 다시 2선 조직원이 나서 협박으로 돈을 뜯었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 1명당 약 1억 원을 가로챘으며, 가장 피해가 큰 경우 약 5억 원에 달했다. 수익은 범행 실적에 따라 차등 배분했다. 1선 조직원에게는 편취금의 4%, 2선에는 10%, 3선에는 13%를 지급하고, 실적이 좋으면 상위 역할로 승진시켰다.
나체 사진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옭아매는 수단으로 쓰였다. 일당은 확보한 나체 사진으로 성착취물까지 제작했다. 성착취물 피해자는 24명으로 대부분 여성이었다. 조직은 성착취물을 볼모 삼아 "유포를 막으려면 돈을 내라"면서 돈을 추가로 갈취하는 2차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은 내부 규율도 엄격하게 유지했다. 중국인 총책과 한국인 총책은 24명 규모로 조직을 꾸린 뒤 조직원들의 여권을 빼앗아 보관했다. 출퇴근 시간을 통제하고 근무 중 개인 휴대폰 사용을 금지했으며, 지시를 어길 경우 욕설·폭언이나 폭행을 하며 "여권을 경찰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한국과 태국 경찰의 국제 공조작전인 '브레이킹 체인스(Breaking Chains)'를 통해 태국 현지에서 이들 조직원 13명을 검거했다. 그 가운데 한국인 조직원 9명을 국내로 송환해 전원 구속했으며, 이후 국내에 입국한 조직원 2명도 추가로 검거해 1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이 벌어들인 범죄수익 가운데 1억5,700만 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아직 붙잡히지 않은 조직원 9명에 대해서도 적색수배를 내리고 태국 경찰과 공조해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정교하게 위조한 공문서를 제시하고 가짜 홈페이지까지 개설하는 등 보이스피싱 수법이 치밀해지고 있다"며 "국가기관은 모텔에서 신체 검사를 하거나 사건 해결을 명목으로 공탁금 송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의하라고 말했다.
류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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