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31 기상청GO

문화 | 07-05 11:04
“그림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를 직접 맡아보세요.”
스페인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프라도 미술관이 ‘향기 나는 그림’을 주제로 이색 전시회를 열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나무, 꽃, 동물의 향기를 실제로 제작해 관람객이 그림을 보면서 맡을 수 있게 함으로써 그림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전시회다.

얀 브뤼겔과 루벤스가 함께 그린 ‘후각’. 프라도 미술관 제공
프라도 미술관이 기획한 전시회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인 얀 브뤼겔과 피터 폴 루벤스가 함께 그린 작품 ‘후각’을 소개하는 행사다. 브뤼겔과 루벤스는 친구였다. 두 사람은 당시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화가였다. 루벤스가 그림에서 맡은 부분은 여인이었다.
‘후각’은 얀 브뤼겔이 1617~18년에 ‘다섯 가지 감각’을 주제로 그린 연작 중 하나다. 그는 각 작품이 인간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후각’은 고색창연한 17세기 초 벨기에 브뤼셀의 정원을 그린 작품이다. 벌거벗은 여인과 아이가 나무, 꽃이 무성한 정원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내용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꽃과 나무는 무려 80종에 이른다. 정원 곳곳에는 여러 동물이 어슬렁거리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브뤼겔이 그림을 그린 이유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후각을 자극하자는 데 있었다. 실제로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꽃에서 달콤한 향기가 피어오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정원 인근의 숲에서는 썩은 풀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
프라도 미술관은 전시회를 앞두고 세계적 향수 제작자 그레고리오 솔라와 손을 잡았다. 솔라는 삼성전자, 향수아카데미인 푸이그의 도움을 받아 그림에 등장하는 80개 식물 중에서 10개의 향을 만들어냈다.
향기의 종류는 오렌지 꽃 오일, 자스민, 무화과나무는 물론 장미, 붓꽃, 감송, 수선화까지 다양하다. 사하라사막 이남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프리카 사향 향기도 있다.
관람객은 그냥 그림을 보고 있기만 해서는 향기를 맡을 수 없다. 그림 앞에 있는 터치스크린을 건드려야 한다. 그러면 특수 방향 시설을 통해 향기가 흘러나온다. 아주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실제로 그림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은 달콤하고 환상적인 향기에 취할 수 있다.
달랑 그림 하나뿐인 전시회이지만 이미 마드리드에 널리 소문이 퍼져 관람객은 줄을 잇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전시장이 너무 좁아 한 번에 최대 20명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조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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