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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 10-01 13:33
- 부산 19곳 등 전국 250곳 설치
- 기존 시설과 안 맞는 경우 허다
- 결국 온수 안 나와 곳곳서 방치
- 사업 3년 혈세 600억 낭비 지적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수백억 원을 들여 전국 목욕탕·모텔 등에 설치를 지원한 수소 연료전지가 고철로 전락했다. 설비 문제로 물이 제대로 데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을 담당한 한국에너지공단(이하 공단)이 정부의 ‘수소 정책’ 보급에 몰두한 나머지 보급되는 연료전지의 기능 검증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부산 동래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A(72) 씨는 2019년 공단의 ‘신재생에너지 건물지원 사업’에 신청해 출력 5㎾짜리 연료전지 2대를 들였다. 전지에서 발생한 열로 물을 끓일 수 있는데, 당시 제품을 소개한 영업 사원은 “온수를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고, 설치비도 전지 용량에 따라 공단이 지원금을 준다”고 홍보했다고 한다. 정부 사업이라 의심을 하지 않은 A 씨는 사용하던 히트 펌프를 철거한 뒤 한 대당 1억 원 가까운 수소 연료전지를 2대를 2000만 원에 샀다. 정부 지원금은 수소 연료전지의 출력 용량에 따라 다른데, A 씨는 전체 설비 비용의 90%인 1억 8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수소 연료전지는 도시가스를 수소로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전기와 함께 고온의 열을 발생시킨다. 이때 열을 식히는 냉각수를 넣으면, 열을 흡수한 물이 온수가 된다. 제대로 작동하면 가동 30분 만에 600~700도의 고온이 생겨난다.
하지만 연료전지를 가동하자 온수는커녕 50도 아래의 미지근한 물이 생산됐다. 이번 달에만 6번 수리를 받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A 씨만 이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니다. 해운대·연제·서구에서도 온수를 만들지 못해 수소 연료전지를 방치한 목욕탕이 더러 있다.
원인은 설비다.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냉각수는 목욕탕 온수 탱크에 배관을 달아 끌어온다. 이 냉각수는 온도가 30도보다 낮아야 설계된 대로의 열을 뿜는데, 별도의 장비 없이는 온수탱크 속 수온을 조절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냉각수를 끌어오는 관을 따로 설치해 물 온도를 일정하게 맞춰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목욕탕은 건물이 낡거나 이미 다른 배관 설비가 많아 추가 설치가 어렵다. 또 다른 목욕탕 주인 B 씨는 “건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설치해 사달이 났다. 아무리 값이 싸도 온수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쓸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연료전지를 철거해 환불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국비 보조금이 지원되는 사업이라 5년간 의무적으로 설치를 유지해야 한다.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거세다. 2018~2020년 공단의 지원을 받아 전지를 설치한 목욕탕·모텔은 전국에 250곳이다. 부산에도 19곳이 있다. 3년간 집행된 보조금은 609억 원(부산 45억2800만 원)이다. 올해는 예산이 785억4000만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연료전지의 가동률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공단이나 제조사는 가동 실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2019년 국회에서 2013~2018년 설치된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를 표본 조사한 결과, 가동률이 35.6%에 불과하다고 발표된 바 있다.
연료전지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공단 측은 “수소라는 신에너지로 만든 폐열을 활용하는 원리다. 보일러처럼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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