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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위장간첩 몰려 처형된 이수근씨 49년 만에 무죄…"국가의 과오"(종합)

    사회 | 10-11 15:49

    법원, 재심서 "공소사실 인정 어려워…피해자와 유족에 용서 구해야"





    1969년 사형 선고를 받고 재판부를 바라보는 이수근씨(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과거 중앙정보부가 간첩 혐의를 조작하면서 처형된 이수근 씨에 대해 법원이 재심 끝에 49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969년 사형이 선고된 이씨의 재심에서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공문서 위조 및 행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던 이씨는 1967년 3월 판문점을 통해 귀순했으나 1969년 1월 위조여권을 이용해 홍콩으로 출국한 뒤 캄보디아로 향하다가 중간 기착지인 베트남에서 당시 주 베트남 공사 등에게 체포됐다.   

    위장 귀순해 북한의 군사적 목적을 위해 기밀을 수집하는 등 간첩 행위를 한 뒤 한국을 탈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같은 해 5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씨의 사형은 두 달 뒤인 7월 집행됐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중정 수사관들이 이수근 씨 등을 불법 체포·감금하고 수사과정에서 물고문과 전기 고문 등 가혹 행위를 했다"며 "사실 확인도 없이 졸속으로 재판이 끝났고, 위장 귀순이라 볼 근거도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찰이 직권으로 청구해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 역시 이씨가 영장 없이 불법으로 구금됐고, 수사관들의 강요로 허위자백을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첫 공판이 열리기 전날 대공분실로 끌려가 "쓸데없는 이야기 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았고, 재판 당일에도 중정 요원들이 법정을 둘러싸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한 만큼 당시 법정에서 한 진술도 강요된 것으로 의심할 만하다고 봤다.


    이수근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히려 재판부는 이씨가 당시 간첩이라면 필수적으로 소지했을 난수표 등 암호나 의미 있는 국가기밀을 소지하지 않았고, 당시 홍콩에 도착해서 충분히 북한 영사관 등으로 들어갈 수 있었음에도 캄보디아로 향한 점 등을 근거로 위장 귀순 간첩이라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령을 받기 위해 한국을 탈출했다기보다는, 처음 이씨가 진술했던 대로 너무 위장 간첩으로 자신을 몰아붙이자 중립국으로 가서 편히 지내며 저술 활동을 하려 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출국 당일 중앙정보부 부장에게 "감찰실의 폭행을 견디기 어려워 나간다. 베풀어주신 은혜를 잊지 않겠다. 정세가 바뀌면 돌아가겠다"고 서신을 보낸 것도 이런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홍콩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위조여권을 행사하고, 미화를 환전하고 취득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위장 귀순한 간첩으로 낙인 찍히고 생명까지 박탈당하는 데 이르렀다"며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피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때"라고 밝혔다.

    sncwoo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10/11 14:5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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