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는 자동차 대신 수로를 따라 ‘곤돌라’를 타고 이동한다. 연합DB
세계적인 여행지로 빠트릴 수 없는 나라 이탈리아에 갔다. 시간을 마치 2천 년 전으로 되돌린 것 같은 로마를 둘러보고, 남부로 넘어가 화산재에 덮여 멸망한 도시 폼페이와 아름다운 항구 도시 나폴리, 소렌토를 둘러본 후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넘어갔다.
베네치아의 영어 발음은 베니스다. 123개의 작은 섬들을 460개의 다리로 연결해 하나의 도시를 형성했다. 갯벌에 기름칠한 나무기둥을 박고, 그 위에 대리석을 깐 다음 집을 지었다.
섬과 섬 사이는 운하로, 폭이 좁은 배 ‘곤돌라’를 타고 이동한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가 없는 도시다. 1년에 두어 번은 물이 바닥에 찰랑거릴 정도로 빠져나가 깔판을 놓고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비해 거리 한쪽에는 항상 깔판이 비치돼 있다.
베네치아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의외로 친근한 곳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노래 ‘산타루치아’는 베네치아의 기차역 이름이고, 셰익스피어의 유명 소설 ‘베니스의 상인’은 이 도시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세계적인 바람둥이로 이름을 날린 ‘카사노바’의 고향도 바로 여기다. 수상 도시이다 보니 남자들이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사이에 학식과 재능, 외모까지 뛰어났던 카사노바가 곤돌라를 타고 돌아다니며 160여 명의 여인들을 달래(?) 줬다고 한다. 남편들이 똘똘 뭉쳐 카사노바를 잡아 감옥에 가뒀지만 여인들이 힘을 모아 6개월 만에 탈출시켰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탈출한 카사노바가 산마르코 광장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나서 비로소 멀리 도망갔다는 사실이다. 굳이 이 얘기를 하는 것은 베네치아가 그만큼 재미있고 낭만이 가득 넘치는 도시란 뜻이다.
파스텔 색상으로 곱게 칠한 부라노의 집들은 동화를 연상시킨다. 연합DB
베네치아에서도 꼭 가봐야 하는 마을은 부라노다. 파스텔 색상으로 곱게 채색된 부라노의 집과 담장, 좁은 골목, 이들을 가르며 사이사이에 놓인 수로는 마치 동화를 보는 듯하다. 좁은 골목마다 때 묻지 않은 어촌의 일상이 소박하게 담겨 있다.
부라노에 가려면 로마 광장이나 산마르코 광장에서 리도로 이동한 뒤 수상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베네치아 시내에서 한 시간쯤 걸린다.
부라노 현지인들의 주업은 어업이고, 선박은 이들의 삶을 떠받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래서인지 담장과 집 앞의 배들이 가지런히 색을 맞추고 있다. 예전에는 조업을 끝낸 뒤 각자의 집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색을 다르게 칠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마을 전체의 미관을 고려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상의한 후 색을 정한다.
사연이야 어찌 됐든 노랑, 하늘, 분홍, 연두 빛깔의 집들은 부라노의 선명한 상징이 됐다. 다양한 색과 형형색색의 장식이 미로처럼 늘어서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더 자세히 보면 부라노의 집들은 색만 다른 게 아니다. 창문과 창틀, 문손잡이 장식, 굴뚝 모양, 지붕의 기울기까지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 외딴 어촌의 삶이지만 흩날리는 빨래에도 정교함이 깃들어 있다.
오가는 수많은 관광객 사이에서도 주민들은 열심히 일을 하다 잠시 손을 놓고 이웃과 수다를 떨거나 화분을 가꾸는 등 일상의 모습으로 섬의 삶 속에 스며든다.
이곳에선 아기자기한 미로 같은 수로를 건너며 마음껏 길을 잃어도 좋다. 걷거나 아치형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도 즐겁게 감내할 수 있다.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 등 바퀴 달린 게 거의 다니지 않아 꼬마들은 뛰어놀기 좋고, 하늘거리는 치마에도 운동화가 어울린다.
장구한 역사와 그에 걸맞은 수많은 유적, 유물…. 관광대국답게 참으로 가진 것이 많은 나라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베네치아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다.
오현숙 - 배낭여행가 / 여행작가 / 약 50개국 방문 - 저서 <꿈만 꿀까, 지금 떠날까> 등 - insumam42@ hanmail.net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9/03 10: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