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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리본이 뭐길래'…옛소련 전쟁영웅 후손 카자흐서 피습

    | 04-03 21:45

    '리본이 뭐길래'…옛소련 전쟁영웅 후손 카자흐서 피습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리본 때문에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카자흐에서는 민족주의 바람이 일며 옛소련 시절의 상징물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조지 리본'이다.
    이 리본은 주황색 바탕에 검은색 3줄이 그려진 휘장으로 과거 제정 러시아 황실 군대의 상징이다. 휘장의 주황색은 '불', 검은색은 '화약'을 의미한다.
    옛소련 정권은 2차대전 승리 후 이를 기념하며 전쟁영웅들에게 이 리본을 수여했다. 이후 리본은 러시아인들에게 애국주의의 상징이자 친(親) 러시아를 뜻하는 표식이 됐다.
    실제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은 이 리본을 팔에 차고 정부군에 맞서고 있다.
    문제는 일부 민족주의 카자흐인들이 민족 정체성 확립에 걸림돌이 된다며 이 리본을 매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생겼다. 민족주의자들은 이 리본을 카자흐인이 매는 것은 카자흐가 다시 러시아와 통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한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단순히 2차대전 승리를 기념하고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라며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논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카자흐 역사 비하 발언이 나오며 더욱 거세졌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8월 자국 청년 포럼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이 예전에는 국가가 없던 땅에 나라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는 카자흐가 1991년 소련 붕괴 과정에서 독립은 했지만, 그 이전에는 독립국 지위를 가진 적이 없다는 주장으로 카자흐인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에 "1465년 카자흐 지역에 처음 국가형태의 체제가 확립됐으며 지금의 국경선은 당시 상황에 기인한다"고 맞서 사태는 양국의 미묘한 외교 신경전으로까지 번졌다.
    이후 카자흐에서는 리본의 허용을 놓고 인터넷 등에서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그러다 관련된 폭행사건이 처음 발생했다.
    텡그리 뉴스 등 현지언론은 3일 옛소련 전쟁영웅인 이반 판필로프 장군의 후손이 카자흐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괴한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전했다.
    판필로프 장군의 외손녀이자 카자흐 민족 작곡가 바우잔 바이카다모프의 딸인 아이굴 바이카다모바는 전날 저녁 집 근처에서 수명의 괴한들에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맞아 얼굴과 손 등을 크게 다쳤다. 그녀는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카다모바는 괴한들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으나 자신을 공격한 이들은 "나의 반대 세력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리본의 찬반 논쟁을 벌인 직후 폭행당했다고 설명하며 계획적인 범죄라고 비난했다.
    바이카다모바는 자신에 대한 위협이 겁나지는 않는다면서 "나는 판필로프 장군의 손녀이자 바이카다모프의 딸이다"라며 리본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지나친 의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현재 그녀의 페이스북에서 논쟁을 벌인 이들을 중심으로 범인을 잡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판필로프 장군은 1941년 2차대전 당시 모스크바로 진격해오던 독일군 전차부대를 28명의 부하와 육탄으로 맞서 싸우다 전사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장군의 부대가 결성된 알마티에는 그를 추모하는 기념비와 공원, 동상 등이 곳곳에 있으며 장군은 옛소련권에서 많은 추앙을 받는다.
    mtkh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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